2015. 8. 25. 05:52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바쁜 일 대강 해놓고 한가한 시간이 오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너 또다시 자네 생각에 넋을 놓는다.
아는 게 너무 많아서 재주가 너무 많아서 그래서 그렇게 짧은 운명을 타고났나?
몸도 마음도 제 발랐던 자넨 저승길도 그리 빨리 갔구나
잠시의 남는 시간에도 컴 앞에 매달리든 내가 그냥 모든 게 시들해진다.
슬프다기보다는 막막해진다.
빈둥빈둥할 일 없이 시간만 죽이는 나를 짝꿍은 자꾸만 컴 이라도 하라고 한다.
너무 오래 매달려 있다고 야단도 맞았는데...쳐져있는 것 또한 보기 싫은 갑다.
올케에게 전화를 하고 싶지만, 할 말이 없어서....
괜히 또 한 통의 전화가 오히려 올케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걱정스러워서... 전화하기도 망설여진다.
요 며칠 맥이 풀려 천근만근 몸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저녁 전에 장보러 가던 일이 어느 틈에 저녁 후로 미루어졌다.
어떤 땐 그도 저도 하기 싫어 나가지 않고 밍기적 거릴 때도 있다.
낼 아침 찬거리가 없는데, 속으로 생각만 하고 뭉기적 대다가 결국 좀 늦게 장보려 내려갔다.
어둠 살이 낀 골목길은 낮 동안의 내리쬐던 더운 열대야 기온이 훅 끼쳐온다.
집 근처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곤 집으로 오는 길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희끄므리한 가로등 불빛 아래
갓난아기를 안은 새댁이... 더위와 씨름하며.....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복숭아 사세요 천도 복숭아..."
"산 복숭아라서 맛있어요."
"꿀맛입니다...사세요. 사가세요." 하고 외친다.
별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 무심코 지나쳤다.
한참을 걸어 집 가까이 왔는데도 여기까지 들리지 않을
그 새댁의 목소리가 내 맘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복숭아 사세요. 복숭아..."
얼른 팔아야 아기랑 집에 갈텐데....
아직도 소쿠리마다 가득 담긴 복숭아가 얼핏 봐도
서너 개는 되는 것 같던데.... 늘어진 발길을 돌렸다.
"어디 가세요. 장 봤으면 집으로 가셔야지 왜 되돌아가세요."
이웃의 주민이 묻는다.
"복숭아 살까하고요."
"잊어버렸나 봐요. 그래서 다시가려고요?"
"잊어버린 건 아니고 복숭아 파는 새댁이 안쓰러워서 팔아주려고요...."
아침부터 얼마나 가지고 와서 얼마나 팔았을까??
아직도 많이 남은 천도복숭아 한 소쿠리 2,000원을 주고 샀다.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조금 전보다 훨씬 가볍지만....
언제 다 팔고 집에 가서 아기랑 편히 쉴 수 있을까??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안쓰럽다.
한동안 내 마음이 불편하여 챙기지 못한 며늘아긴 어제 내가 없을 때, 전화가 왔는데.....
시골 친정에 다니러 가서 며칠 더 있다가 온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아기 데리고 임신 중인 몸으로 불편했나 보다
친정에 가서 푹 쉬다 오고 싶었나 보다.
입덧은 좀 어떤지....먹는 건 좀 어떤지....
친정어머니한테 가서 어리광부리고 싶은가보다.
늦둥이 막내딸로 자라 아직도 아기 같은 울며느리 한참 못 보았더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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