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지만, 묻지 못하는 말.

2015. 8. 22. 06:02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엄마...."
"응 나다 왜?"
"그냥 했어요. 안부 전화요."
"그래 다른 일은 없고? 참 아직도 없니?"
"네...아직도...그러나 임신 여부는 아직 몰라요..."

"엄마 그런대요....이젠 시어머님이 노골적으로 물어봐요?"
"뭐, 뭘 노골적으로 물어보시는데??"
"아기 가졌나구요. 소식이 없는냐구요. 이제 얼마 됐다구요...."

하고 말하는 딸아이 조금은 불만스러운가 보다.

이제 겨우 결혼한지 2달이 된 딸아이에게 시어머님은 급하셨나보다.
하기야 늦게 한 결혼 더 늦기 전에 빨리 손주를 보고싶은 할머니 심정은
나도 잘 알겠지만...좀 지나치신 것 같다.

"어떻게 지내?"
"서로 사랑하며 살아라...난 걱정하지 말고..."
"어때 다른 일은 없지..."
"꿈을 꾸었는데.....황소가 보이더라...."


떨어져 사시는 시어머님이 전화로 말씀하시면서
은근히 임신을 했나? 안 했나? 궁금해서 괜히 이것 저것 변죽만 울렸는데...
울 딸아인 그냥 액면그대로 받아들였나봐요.

"네 어머님 잘 있어요. 네 그럴께요."하고 말씀드렸나봅니다.
그랬는데....요즘엔 아주 딱 깨놓고 물어보신대요.

"황소 꿈을 두 번이나 꾸었단다."
"얘야 임신했니? 아직 두 소식이 없니?"
하구요....

근데 난 왜 태몽 꿈을 꾸지 않을까?
며느리가 두 번이나 아기를 가져 낳았으나
난 태몽 꿈을 꾸지 않았다.

"어머님 친정어머니가요....태몽 꿈을 꾸었대요."
"친정언니가 태몽 꿈을 꾸었대요."
"어머님 저도 태몽 꿈꾸었어요."


하고 은근히 태몽 꿈을 꾸지 않는 시어머니를 꾸짖는 것 같아서....ㅎㅎㅎ
꾸여지지 않는 꿈 날 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그러나 사실은 속으로 정말 시어머니 자격이 없나?
내가 무관심했나 하고...열심히 태몽 꿈을 꾸어보려구 해도
억지론 안되든걸요. 지어서라도 꾸었다고 했뿔까!!
아서라 말아라 생긴 대로 살지 모....

조금 불만스러워 하는 딸아이에게 난 얼른 이렇게 말했다.

"얘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부모란 다 그런 거란다.
나 두 시집가서 한 달부터...친정엄마 등살에 두 달지나 임신을 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였다면.. 아마 엄마한태 끌려서 병원으로 한의원으로
다녔을꺼다..."
"그래도 엄만 시어머님이 그러시진 않으셨잖아요."
"그건 멀리 떨어져 살으셔서 그랬을꺼야...친정엄만 가까이 살았으니까
그랬지.. 아마 가까이 살았다면, 네 할머니도 그랬을꺼야...
아마도..틀림없이.."
이렇게 달랬다. 사실은 그랬지요.

늘 고랑고랑 하던 딸 시집보내놓고 나니, 혹 아기를 가지지 못할까봐
늘상 노심초사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나실 때마다 물으셨지요.

결혼 두달 지난 후 임신이 되었길래 망정이지...
아님 난 어머니에게 끌려 병원 순례를 했을겁니다.
사랑과 관심이 지나쳐서 불편은 해도 그건 바로 사랑이 없으면 안 되는 거지요.
부모님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딸아이의 서운한 심정을 달래주었다.

부모 맘은 그런게 아니란다...하고..
지나가는 말로 짝꿍 한태 전화 내용을 대강 말했다. 그랬더니,

"서른이 훨씬 넘은 아들 장가보냈으면 됐지...뭘 벌써부터 바래!!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안 될까봐"
하고 좀 언잖아 한다.

괜히 말했나 하지 말 껄...불편해 할 말은 뺐뿔걸...하고 후회했다.
빨리 임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딸아이의 부담감이 서서히 내게도 전염이 되어오는 것 같다.

이래서 딸아이 가진 부모는 죄인이라고 했던가?
더 많이 기다리기 전에 어서 바라는 임신이나 되었으면 하고 빌어본다.
오늘 다시 따르릉 온 딸아이 전화 이번 주 쯤 임신 반응 검사를 한다고
하든데... 행여?? 그러나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눌렸다.
임신을 했다면 묻기전에 벌써 말해 주었을태니까...

나까지 딸아이에게 부담을 주긴 싫어서......
그냥 먼저 말할 때까지 참기로 했다.
그러나 나두 사실은 젤 먼저 궁금하고 맨 먼저 묻고 싶은 말이다.

결혼만 시키면 다 인줄 알았더니,
나이찬 신랑신부의 결혼은 또 다시 2세 걱정으로 조바심이 난다.
하기야 산다는게 다 그런것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받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래 왠 일로? 다른 일은 없지...."
"네 다른 일없어요. 엄마 어제 수제비 해먹었어요. 밀가루 반죽해서요..."
"어머, 너 그거 할 줄 아니?"
"네 엄마 그냥 책에 있는 대로 하니까 되든대요. 그 사람도 맛있다고 했어요."

"그랬니? 제법이네....김서방 장가 한번 잘 갔네....ㅎㅎㅎ"
"그럼요. 장가 한번 잘 갔죠...ㅋㅋㅋ
"야야 그 카지 마로 남들이 들으면 흉보겠다..."
모녀간에 찧고 까물고 다 한다고....ㅎㅎㅎ"

우린 서로 일상의 일을 주고받으며 웃으며...
잠시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참 엄마 수제비 반죽을 너무 많이 해서요.
저녁에도 수제비 아침에도 수제비 해먹었어요."
"그랬니? 자주 먹으면 맛이 없을 탠데..."


그래도 또 반죽이 남아서, 칼국수 해먹으려고 했는데,
미는 방망이가 없어서...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이것저것 다 넣어
속을 만들어 만두 빗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를 줄 알았는데...제법 살림을 사는 것 같아서 흐뭇했다.
이렇게 하다보면 차츰 익숙해지며 또 살림재미도 붙으리라....
그냥 안부만 묻고 끊는걸 보니, 아직은 임신이 아닌가봅니다.


행여나 어떻게 살까? 밥이나 잘 해먹고 살까?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젠 단 하나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임신이 되었으면 하고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