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는 다르게 나오는 퉁명스러운 말.

2015. 8. 21. 05:56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얼마 전 결혼한 딸아이가 집에 다니려 와서
지난 일요일 밤늦게 올라가며 하는 말.

"엄마 다음 다음 주 토요일에 엄마 아빠 올라오세요."
"왜?"
"그날 친정식구들 모여서 집들이 겸 저녁 함께 하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일요일은 시댁식구들 오시라고 해서
집들이 할까해서..."

 

이그 알았다 몬 소린지 알았다.
내가 하루 일찍 가서 음식준비하고 서울 사는 오빠 동생 오라고 해서
겸사겸사 저녁 먹으며 집들이 겸하고 준비한 음식으로 그 다음날은
시댁식구들 집들이하려는 내 마음 다 알았다 다 알았어.....ㅎㅎㅎ 

"싫다 안 할래. 그리고 그땐 언니 올라가기 어려울지도 몰라 막달이라서.."
"엄마 그럼 언닌 못 오게 되면 아버지와 올라오시면 되잖아요."
"안 할란다. 니가 다 해라...요리책 뒀다 모 할래...보고 혀!!~~"
"엄마!!~~ 이번 한번 만 도와주세요. 담에는 내가 할게요."

 

괜히 한번 빼 보았습니다.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해줘야지 해놓고는...
근데..........클났어요. 사실은 나도 조금은 자신이 없어요.
요리가 맛없이 되면 어쩌지요?


손님을 잘 치러보지 않아서 자신이 없거든요.
그냥 우리 식구끼리면 몰라도....사돈댁 식구들이잖아요.

어렵기도 하고 조심도 되니까
그러나 어쩌겠어요. 난 엄마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곤 오늘 이번 주 말고 다음 주 토요일 가야하니까
오늘밖에 나갔다 들어온 짝꿍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이번 주 말고 다음 주 토요일 수원 올라 가야 해요."
"왜?"
이러고 저러고 어쩌고 사정을 말했더니, 첫마디가 퉁명스럽다.

"난 안가 갈려면 당신 혼자 갔다와!!"
"............................"
"추운 겨울철에 늙은 아버지보고 올라 오라카드나!!."
"..................................................."
"당신 혼자 올라가서 해주고 오든지 말든지 해!"
"그게 아니고요. 집들이 하는데 도와달라고 그러지 뭐에요.
우린 덤으로 모이구요."
"................................."
"서울사는 큰아들도 작은아들도 오라고 해서 저녁 함께 먹자고 하던걸요"

"........................................................."

속에서 찬바람이 올라오는 걸 억지로 눌려놓고 사근사근 말했다.
내 딸만 되나 머!!! 자기 딸이면서......걔가 김씨지 박씬가 뭐!!!!

속으로 궁시렁 궁시렁 이젠 궁시렁거리는 거 졸업한 줄 알았더니
다시 본 버릇이 나왔다.

속이 상해온다.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좀 좋게 말해줄 수는 없나!!
아니면 내가 잘못했나? 

추운 밖에서 들어온 짝꿍 한테 추위를 녹이기도 전에 말해서 속이 상했나??
아닌데, 충분히 맞아주고 반겨주고 그리고 나서 말했는데.......우...C

부엌으로 가서 죄없는 그릇만 떨거덕거리며 치웠다.
쌀도 박박 문질려 씻고, 수도물도 쫙 틀고....
한참을 이것저것 괜히 분주하게 저녁준비를 했다.

조금 전까지 컴에서 동생들 만나 기분 좋았는디
저녁에 또 볼일이 있어서 다시 나가야 한다기에 저녁을 차렸다.

"저녁 잡수세요."
"응 알았어........"

그리고 말없이 뚱해서 우린 서로 아무 말 없이 저녁을 먹었다.

"언제 오라고 했다고??........"
"..............담 주 토요일요......"
"그럼 음식을 언제 준비하고??"
"여기서 준비해서 가져가야지요. 그긴 시장도 어딨는지 모르는데......."
"그럼 다 준비해서 싣고 갔다오자, 새 애긴 못 가게 되면 두고..
당신과 둘이........" 

이그~~진작에 그 카지 늘 당장은 불퉁하게 말을 해놓고는
한참 있다 마음에 걸려서 다시 누그러지면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모질지두 못하면서 마음이 여리면서

 

그러면 난 금방 또 풀어져서

"아이들과 함께 자고 담날 내려올 때 서울까지
아이들 둘 대려다주고 대구로 가요."

룰루랄라~~~신나서 난 한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꼬! 안돼!! 일요일이잖아 얼마나 길이 막히는데...바로 내려와야지..."
순간 또 다시 마음이 상한다.

"알았어요. 그럼 그냥 내려와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다시 평상시의 목소리로 돌아온 짝꿍이...

"그럼 서울까지는 그렇고 수원역까지만 대려다 주고 내려가자...."
이렇게 절충을 해온다.
"그래요. 그럼......"
이렇게 말은 했지만, 마음은 벌써 상해버렸다. 

짝꿍 성격을 잘 알면서 난 왜 늘 이렇게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서러울까
퇴직하고 집에 계시면서 왠지 알게 모르게 작아지는 당신의 자리가
안스럽다가도....이럴 땐 밉다 정말 밉다......야속하다.

속 상한대로 한다면 가지 마로!!
그러나 그럴 수도 없다 난 엄마니까....딸아이 엄마니까......

우리엄마 더 했는걸 나 시집보내놓고도 두 집 살림하였는걸요.
엄마 집 딸내집 이렇게 왔다갔다 두 집 살림을 하여주었는걸요.
부탁하지 않아도.....곁에 대려다 놓고 가까운 이웃에.......

 

시댁은 먼 강원도 있으니까 난 늘 친정어머니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늘 가까이.......
내가 어떻게 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가려운 곳 끍어주듯이 그렇게 돌봐주셨다.
그런대 난 울 딸아이한테.........해주면서도....다 해주면서..
늘 딸아이가 말 할 때까지 해준다고는 안 한다.

딸아이가 부탁해도......마음속으로는 해줘야지 하고 있으면서도....
말은 마음과는 달리 엉뚱하게 말한다.
싫다고 안 한다고 내가 왜 해주느냐고 괜히 어깃장 놓듯이 그런다
딸아이 골려먹는 재미가 있다......ㅎㅎㅎ
못땐 엄마 능구렁이 엄마다 난

근데 울 딸아인 이런 엄마 맘을 모른다.
속상해한다. 안 그래야지 딸아이 속 상하게 안 해야지 하면서
늘 그러듯이 어쩌면 짝꿍도 그런지도 모른다.

내게 어깃장 놓는지도 모른다.
마음과는 달리 겉으로 늘 그러는지도 모른다.
정말이네..........정말 그런지도 모른다.

나처럼 짖궂어서........능구렁이라서??


그래 짝꿍이 속과 다르게 그런다고 해도 그때마다 내 속이 상한데.......
딸아이도 그랬을꺼야.......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자식들 마음을 잠시라도 상하게 해야하나..
그러지 말아야 겠다.

저녁을 먹고 볼일 보려 나간 짝꿍 보내놓고 
조용히 다시 생각하니 내게도 문제는 있는 것 같다.
나부터 자식들에게 마음과 다르게 퉁명스러운 말로 어깃장 놓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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