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리사랑 물 흐르듯 흘러가지요.

2015. 8. 21. 05:55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큰 아들이 갑자기 일이 생겨 막내랑 함께 내려오려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가 없어서 동생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집으로 전화가 왔다.

차표 끊기 전에 연락해 달라고....

 

"알았다. 많이 바쁘니?"
"네, 조금 몇 번을해도 폰을 받지를 않아서요....."
"그래 그럼 넌 언제 내려오니? 이번 주는 못 오니? 다음 주에 오니??"
"아니요, 전 낼 일요일에 내려가서 한 이틀 쉬고 화요일 날 올라가지 싶어요."
"알았다. 그럼 내가 전해줄게 막내한태는...염려말고 네 할 일이나 해~~~"

이렇게 해서 막내 혼자 내려왔다. 


차르르 찰칵!!

"누구야!!!"
"누군 누구여요. 막내지...젠 항상 저 혼자 열고 들어오잖아요."

집안에 아무리 식구들이 다 있어도
막낸 항상 가진 제 열쇠로 열고 들어온다.

아주 어릴 때 말고는 벨 한번 삐리리~울린 적 없다.
다른 식구와 난 언제나 열쇠가 있어도 삐리리 삐삐삐리리 벨을 울린다.

"다녀왔습니다."
"응 그래, 어서 와 수고했다."

처음으로 떨어져 낯선 환경에 부대끼고 혼자서 생활하느라 힘들었나 봅니다.
홀쭉하니 야위었다. 가슴이 싸아해 져 온다.

"왜 이리 야웠노!! 아침은 제때 챙겨 먹고 다니니??"
"네 어머니 챙겨 먹어요. 걱정 마세요. 처음이니까 그래요."

하고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어서 씻어라. 저녁 먹어야지...."
"아니, 엄마 씻고 나가 봐야 해요."

후다닥 벗고 씻으러 들어가다가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엄마, 명희 보고 싶어요??"
"왜? 대러오려고....확실해지면 그때 만나지 뭐~~"

에고고고 야 봐라~~
엄마, 아빠보다 더 먼저 벌써 역에서 만나 함께 왔나 봐요.
그리곤 아파트 입구에 세워두고 저 혼자 올라와서
얼른 씻고 옷 갈아입고 나가려고 자기끼리 다 약속하고 왔지 뭡니까....


그것도 모르고 오면 뭘 먹일까?
야워보여 속이 싸아해 져 온다 다 저 혼자의 생각이었답니다.
그래 맞아!! 이젠 막낸 나의 막내가 아닌 애인의 막내.
큰아인 며느리 꺼, 막낸 막내 애인 꺼

딸아이도 얼른 애인이든 결혼상대자든 생겨서.......떼어주고 싶다.
내 꺼 아닌 애인 꺼로......사위 꺼로.

그리곤 난 하 오래 살아 서로 풍기는 모습만으로도 서로 마음을 알아채리는...
울짝꿍만 내 것이지 모...힛~~ 하기야 온전한 내 것은 아니지만,
난 또 짝꿍꺼로 남고, 조금만 서운해도 서운하다 서럽다 속 상해하며.....
아주 작은 일 무심결에 행하는 따뜻함에도 기뼈하며.....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다 떠나보내고, 곁으로만 아닌 속까지 다 떠나보내고....
저희 사는 모습 바라보며, 그렇게 편하게 지내고 싶다.
저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그렇게.....

뒤 베란다로 내려다보니 아들은 연인과 둘이서 즐겁게 웃으며 지나간다.
그래, 저희들 좋으면 되지 한참을 안 보일 때까지 눈길이 따라간다.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흐뭇하기도 한 그런 맘이다.

이번엔 빨랫감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
들어서자마자 빨랫감부터 챙겼더니,
얼른 빨아 말려서 갈 때 가져가게 할려고.....
그랬는데.....세탁기가 있어서 세탁을 다 했다며...
빈손으로 왔다.

두 번까진 세탁물 가져오더니,
히~~삼 세 번째는 빈손이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그냥 왔네요.
엄마랑 얘기도 없이
휭하니 애인 만나려 간다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서운도 했는데....히히

가져다주지 않는 빨랫감에도 아주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왤까??
아마, 이젠 막내빨래도 끝났구나 손을 떼야 하는구나
아!, 내 삶도 서서히 저물어가는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 건 왤까??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이 맘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물이 아래로 낮은 곳으로 순리대로 역행하지 않고 흐르듯이
사랑도 내리사랑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
난 저희한태, 쟤들은 또 자식들에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

나 역시 한없이 받기만 한 부모님 사랑.
되돌려 드리지 못하고 내 자식만 끼고 살았는데
하기야 열심히 예쁘게 화목하게 살아드리는 것 보여드리는것도,
효도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한 가정을 이루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린 참으로 커다란 행복을 느낀답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걸요. 흐뭇한걸요.
그럼 나도 아주 쫴 금은 늘 죄스러운 어머니한테
조금은 아주 조금은 효도를 한 것 같아요.

어머니 살아생전 늘 이웃에게 저희 사는 모습 자랑하셨거든요.
그리 좋아하셨는데.....당신의 일보다 더 ...
저도 어머니처럼 이젠 제 아이들이 사는 게 참으로 보기 좋고 흐뭇한 마음입니다.

걱정 끼치지 않고 오순도순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효도를 하는 거지요.
뭐 거창하게 요란하게 하지 않아도.....
부모님 속 썩여드리지 않으면 그게 바로 효도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간혹 한 번쯤은 말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큰아들
곧장 제집으로 달려가는 아들이 한 번쯤은 다녀가주길 속으로 원하기도 하지만,
무심코 그냥 지나친다고 서운해 하지 않고

"얘, 아버지한테 들렸다 가 이번엔...."
"내려 올 때마다 들리진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와야지...."

아버지 몰래 호출도 해가면서 그렇게 살래요.

난 또 며느리에게서 호출 당했답니다.

"어머님 안 오세요?, 언제 오실 거에요??" 하구요.
히히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살지요. 모.
윙크!~~윙크!~~하면 두 눈을 꾹 찡그리는 울 손자 보려 달려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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