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위로 또 다시 기쁨이

2015. 8. 12. 05:47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지난 토요일 날 저녁 막내랑 이것저것
첫 출근 준비물을 사려 집 근처 E마트에 갔다.
낡아서 그러지 않아도 사야할 구두와 센달 운동화
속내의 남방과 바지 등등.....

"저것도 필요하지 않니? 살까??"
"아니요, 괜찮아요. 안싸도....그냥 가요."
"얘야 저건...."
"저거요...저것도 안해도 돼요."

 

무엇이든지 그냥 안해도 된다고 하는 막내한태...
이건 꼭 사야해! 이것도 사 둬라...이제부터는 네가 벌어서 사야하니까...
이게 엄마가 해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필요한 거 다 골라봐~~
했지만, 자꾸 다니면 견물생심 보면 사고 싶다고
필요한 거 몇 개 고르더니 자꾸만 가자고 한다.

 

작고 앙징맞은 센달이 눈에 띈다.
오메~~예뼈라 래규 신기면 참 좋겠다.
얼른 전화했다. 며느리한태...히히

"얘야 센달이 너무 이쁜게 있어...래규 사줄려고 하는데..몇문 사면되노??"
"그래요. 어머님...저 135m 사면 됩니다."
"얘야, 135는 없고 140부터 있네 우짜꼬??"
"어머님 뒀다 나중에 맞으면 신길께요. 그냥 사주세요."


 흐흐흐 꽁짜 왠 떡이냐 하고 며늘아기가 좋아라 한다.

"그래 알았어 살게.."
하고는 센달도 넣고 되돌아 서는데...
잉 저쪽에서 보이는 자그마한 티랑 바지..
너무 이쁘다. 난 그냥 못 가!! 막내랑 또 그쪽으로...

"엄마 래규 옷도 사 줄려구요."
"응, 이쁘잖아 그자.."
그리고 그건 내 맘대로 샀다.
마냥 마음이 좋기만 하다. 오늘은...


저녁땐 서울서 큰아들이 내려오고 우리식구 다 모여 저녁을 하겠지...
고기라면 어떤 고기라도 다 좋아라 하는 큰아들 위해서 닭죽을 끓여두었다가 주어야겠다.

이것저것 찬 꺼리도 준비하고, 그리곤 집으로 돌아왔다.

 

막내는 서울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친구들 만난다며 나가고....
닭죽은 고아놓았지만, 큰아들은 고속버스로 내려오는데....
도중에 사고가 나서 늦어질 것 같다고 전화가 오고.....
결국은 짝꿍이랑 딸아이랑 둘이만 늦은 저녁을 채려 줬다.

큰아이 혼자서 먹으면 식욕이 안날까봐 난 나중에 함께 먹기로 하고...
이쿵 9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큰아들.
처음 도착한다는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얼른 씻으라고 하고 저녁을 채려서 함께 먹고....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 막내 기다렸더니,
"엄마 오늘 좀 늦겠습니다."라는 전화만 걸려왔다.

 

더 늦기 전에 큰아이 대려다 주려고...

"가자 대려다 줄게.." 했다
아까 사둔 센달이랑 옷 가져다주고 싶기도 해서..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 함 해보세요. 아까 언니집 간다고 했어요."
오잉~~이긴 몬소리 일주일도 넘게 떨어져 있던 서방님이 오는데....
어딜 갔다구..?? 알았다 하고 전화했다.

 

"응 내다...그기 어디고??"
"집이에요. 어머님..."
"응 그래, 애비가 너 언니집에 간다고 했다고 하든데...."
"......네 어머님 속이 상해서 그래서 그랬어요."
"왜? 왜?? 속이 상했는데..무슨일??"

히히 들어본 사정은 이랬습니다.

집열쇠가 3개 있는데..그중에 하나는 며느리가 가지고
또 하나는 애비가 가지고 또 하난 아마 옆동에 사는 친정언니가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근데...애비가 자기꺼도 가지고 오지 않고 처형꺼도 가지고 가선...
아무리 가져오라고 해도 늘 잊어먹고 가지고 오지 않았나봐요.
그래서 한 개밖에 없는 열쇠로 불편하기도 하고 늘 잊어묵었다고 하는 애비가 미워서...
마누라가 없어져 봐야 귀한걸 안다나 모라나...함시롱..
힛!~~언니집에 간다고 어기짱 놓았나 봅니다. 크크크


"알았다. 그럼 왜 안갔니?"
"말이 그렇치 어떻게 가요. 그냥 겁줄라고요.."
"그럼 문열어주지 말어. 이불만 하나 내주고 문열어주지 말어!! 밖에서 자라고 혀~~~"

"ㅎㅎㅎ 어머님 이불은 왜요??"

"야야~~이불 안덥고 자서 감기 걸리면 니 손해잖아...ㅎㅎㅎ"
"..................보고 싶어서 내려왔는데...."
"없어져 봐야 소중한것도 알지요."
"그럼 넌 안보고싶니? 애비가?"
"보고싶지요."
"그럼 할수 없네...문열어줘야 것땅!!! 쿠쿠쿠 지금 간대이~"

 

이렇게 전화로 주고받고 출발했다 짝꿍이랑 큰아들 태워서...경산너머 부적동을 향하여...
딩동딩동~~딩동~~~벨을 누르자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더니, 오메 열려져 있다.

문이 크크크 그래도 올때를 기다렸나 보다...히히 우리가 간다고 하고 가도 그냥 잘 있던 며느리가..........흐흐흐

 

오늘은 한밤중인데도. 뽀얗게 화장하고 루즈도 새빨갛게 칠해져있넹!~~
알았다 니가 암만 그캐도 좋음시롱 모..........
사온 센달과 옷을 내놓았드니, 좋아라 하는 며늘아기 보는 나도 기쁘다.

"어머님 옷까지 사셨어요."
"응 이뽀서..."

 

동생을 먼저 보내고 아픈 마음위로 기쁨이...
슬픔을 딛고 다시 또 기쁨이 
삶이란 이런거야 순응할 수 밖에 없는거야 그저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가 제게 잔잔한 행복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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