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9. 06:14ㆍ살아지는 이야기/삶과 일상
그러나, 그 과정을 침묵으로 일관하였지만...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아, 마냥 쉬고 싶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이때껏 지내오며
겪었던 일이지만, 이번엔 가슴속 응어리가 너무 컸다.
이기고자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작은 반란이지만, 내 속상함을 표현해 본 것이다.
얼마 전 친정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친정 동생(사촌까지)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지만, 난 참여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완고한 남편을 겪을 수도 없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행동한
그동안의 내 습관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것 같다.
그 모임에서 이번에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언니 함께 가자" 하고 연락이 왔다.
"글쎄.. 의논해 볼께..."
아직 시일이 2주간이나 남았기에 전화를 받고는
언제가 좋을지.. 눈치를 보고 있는데,
다음날 사촌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갈 수 있제 가자"
"글쎄 못 갈 것 같에..."
말끝을 흐리며 옆에 있는 남편의 눈치부터 보았다.
"못 가"
"나 좀 살려줘!" 한다.
여행 가자는데, 누가 죽이나?? 살려달라 하게...
울컥 올라오는 서운함을 누르고
"못 가겠다. 잘 다녀와" 하고는 전화는 끊었다.
그날부터 슬금슬금 올라오는 서운함과 억울함..
큰소리로 싸울수도 없고, 침묵시위
하루, 이틀, 사흘,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
챙겨줘야 할 것은 챙겨드리며 지냈다.
그러다가 생질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 함께 가야 하기에
따라 나셨지만, 가는 내내 오는 내내... 침묵
물론 결혼식에 참석해서 시댁 식구들을 만났을 땐
웃는 낯으로 조곤조곤 얘기도 나누었다.
아무도 어색한 우리 사이를 눈치채지 못하게
그리곤 얼마 전 올린 내용처럼 모든 게 시들하고 싫어서
그대로 침묵. 월요일 아침 강의 준비를 하며
"내게 불만이 있어? 뭔데?"
"알면서 왜 물어요."
"정말 몰라 뭔데 내가 잘못한 게.."
"자주 간다는 것도 아니고,
친정 동생들과 여행 가겠다는데, 왜 못 가게 해요."
약간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아하 그것 때문에, 그랬어"
"말은 하지 못하였지만,
안 그래도 난 못가지만, 혼자는 다녀오라고 하려했는데.."
그동안 말할 기회를 놓쳤다나..,
"다녀와"
허락이 떨어졌다.
그냥 두었더라면, 저절로 혼자서 삭이고 말았을 일이
이렇게 허락을 받을 줄 몰랐다.
좋은지도 기쁜지도 모르겠다.
그냥 덤덤....
첫말에 선뜻 "난 못 가지만, 혼자라도 다녀와" 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 갈 수 있다고 동생에게 연락
시간이 흐를수록 친정 동생들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조금씩 기쁨으로 흐뭇함으로 다가온다.
밑도 끝도 없이 여행을 가자 하니..,
요즘 몸도 건강하지 못한데, 안 그래도 우리 둘만 다니는 여행 빼고는
어디든 가길 싫어라 하는 남편... 함께 가자 하는 줄 알고
"못 가" "살려줘!" 했나 보다.
그땐 화가 치밀어 원망만 하였다.
남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지도 않고...
허락을 해준 처음에도 날이 선 내 마음에서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지금은 이해를..., 그래 맞아...,
두려워하지 말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남편은 나 혼자 어딜 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함께는 어디든 가면서, 그렇다고, 단둘이 아닌
타인(?)이 함께 가는 곳은 또 싫어라 한다.
무슨 성격이 그럴까? 이해하지 못하지만...
남편은 또 내가 어디든 잘 섞여 지내는 것을 못 마땅해한다.
우린 그렇게 서로가 다르지만, 이때껏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 공을 내가 참아준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어쩌면 남편도 알게 모르게 참아 주었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고 원망하기보다는
맞춰가며 살아가자는 게 내 주장이다.
남편은 어떤지 몰라도...,
때론 고집불통인 남편 일방통행인 남편이 몹시 미울 때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남편 덕에 이렇게 노후 걱정 없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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