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나의 노래(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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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길
한적한 길 / 초아 박태선 혼자서 걷는 호젓한 산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내리쬐고 산새는 노래하고 꽃들은 방긋 웃는다. 혼자 걷는 길 와락 무섬증이 몸을 감살 때 멀리서 보이는 사람의 형태 가까이 다가올수록 두렵다.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갈등하는 속마음이 밉다. 그렇게 만든 현실이 싫다. 이런 나 자신이 야속하다. 저 사람도 나처럼 나를 무서워도 반가워도 할까 정해진 길을 가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좋은 만남 그렇지 못한 만남 숱한 인연들이 만났다 헤어지며 그리움으로 미움으로 남는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23 -
우리 이런 사람이 되자
우리 이런 사람이 되자 / 초아 박태선 주고 주어도 더 주고 싶은 사랑 그대로의 마음으로 함께하자 따뜻한 말 한마디 은근한 눈빛 함께 하면 참 좋은 사람 그런 고운 인연 쌓아가자 향을 싼 종이에서 향기가 나듯 얼마를 더 산다고 할퀴며 상처받으며 허비하는 시간 아깝지 않은가 싱싱한 나무처럼 향긋한 풀잎처럼 우리 고운 인연이 되자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20 -
골목길의 사계
골목길의 사계 / 초아 박태선 기다렸다는 듯이 앞 다투어 피는 꽃 골목길은 희망으로 환하다. 뜨거운 땡볕 아래 열정으로 가득한 푸름이 고함을 친다. 여미고 여미어도 터질 듯 부푼 결실 뚝 골목길의 고요를 깨운다. 거스르지 않는 순응의 자세로 다시 꿈꾸는 미래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19 -
숲 속의 하루
숲 속의 하루 초롱초롱 초로롱 방울새가 울면 호롱호롱 호로롱 달콤한 아침 지지배배 지지배배 하늘은 분주해지고 퐁퐁 포르르 향기 풍기며 까악까악 깍깍 기쁜 소식을 전하여준다. 사르 사르 사르르르 꽃잎이 닫히면 투 두 두 두 별들도 꽃잎 위에 잠들고 살랑살랑 사알랑 바람이 불어 주는 자장가 [상황문학 11집 2013년 발표]
2016.05.18 -
또 하루가 지나간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 초아 박태선 다툼이 있을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옳다고 우기며 다투기보다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따지고 싶은 마음을 눌려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하였나요. 침묵은 금이라 하였나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하였나요. 실천하기 어려운 명령을 제게 주신 이는 누구신가요. 옳다고 믿었던 나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다. 차라리 그들 뜻대로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자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때 나 스스로 위로하는 또 하루가 지나간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17 -
꽃마리
꽃마리 / 초아 박태선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더 작은 꽃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아 모든 동물과 식물의 이름을 지을 때 빠트렸던 아픈 존재 이제라도 누군가 알아줄까 기다랗게 목을 빼고 소리쳐 불러보지만 바람도 스쳐 지나고 구름도 머물지 않는다.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는다. 그래도 슬퍼하지 않을래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단 한사람만이라도 알아봐 준다면 그 한 사람이 오늘 저랑 마주했습니다. 팔랑팔랑 나비 되어 내게로 왔습니다. 오 그 사람도 작고 작아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꽃마리]
201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