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나의 노래(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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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다면
당신이 없다면 / 초아 박태선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느 날인가는 닥쳐오겠지요.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외출하고 불 꺼진 창 기다리는 사람 없는 집 당신 한 사람이 빈 이 세상 저녁노을은 저리고 고운데 온통 세상이 캄캄해 보이겠지요. 삶의 의미도 기력도 상실하여 홀로 살아갈 미래가 두렵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잠도 자고 울고 웃으며 당신이 있는 그곳으로 언젠가는 나도 당신 따라갈 거에요.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10 -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 초아 박태선 유년의 그 날 고우시던 어머니 함박꽃처럼 웃으시던 당신의 이름 앞에 무너지는 마음 걸음걸음 눈물이요. 내 안에서 맴도는 메아리 하얀 박꽃 같으신 이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그대 기다림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려도 좋습니다. 하루를 기다려도 좋습니다. 한달을 기다려도 좋습니다. 일 년을 기다린다고 해도 좋습니다. 마냥 기다려도 좋습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9 -
답사
답사 / 초아 박태선 오늘을 살면서 시간을 거슬러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오르듯 세월의 물결을 타고 올라본다. 지친 역행의 길은 힘들기도 하지만, 옛 임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입니다. 길도 없는 숲길 헤치고 가다 보면 옛 임이 보내주셨을까 산새와 청설모가 앞장을 선다. 한때는 세상을 쥐락펴락 이젠 무덤 속에 누워 비가 내리든 눈이 내리든 밤하늘에 별과 달이 뜨든 말든 살아온 세월의 몫 고스란이 안고 봉긋하게 솟아올라 명당에 누웠기에 세상일 나 몰라라 노랑나비 소슬바람 해동갑하고 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8 -
이별 또 다른 만남
이별 또 다른 만남 / 초아 박태선 그대를 잃고도 나는 삽니다. 죽을 것 같은 그 마음을 비집고 한 줄기 빛이 스며듭니다. 마주 보며 사랑하는 건 이젠 멈추어야 하지만, 아직도 그 사랑은 진행 중입니다. 미움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그는 늘 나와 함께 합니다. 내 삶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산다는 것은 그대를 향한 내 마음입니다. 당신 향한 집착 내려놓은 지금 참 편안합니다. 기억 속의 그대가 언제나 함께 해주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추억의 씨앗 하나둘 피어나는 이 길 그대에게로 가는 꽃길입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6 -
검룡소
검룡소 / 초아 박태선 깊은 산 속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한이 서린 곳 새초롬한 들꽃은 하늘을 열고 물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곳 우리들이 젖줄인 한강을 채우고 역사를 넘어 쉼 없이 용트림한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4 -
봄 마중
봄마중 / 초아 박태선 옻 골 뒤로 작은 오솔길 낙엽 진 숲길 봄은 어디쯤 와 있을까 산은 바람으로 훈기로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꽁꽁 언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겨울밤 할머님의 옛이야기 같은 봄을 재촉하는 개울물 소리 팔공산 자락 끼고 이어지는 오솔길 봄이 되면 산철쭉 지천으로 피겠지 그때 다시 오마 돌아서는 등 뒤로 봄 햇살은 따갑게 먼저 와 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