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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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그 집 앞 / 초아 박태선 아주 간혹 어릴 적 살던 집 지나치는 날은 나도 몰래 발길이 머문다. 지금은 변해 버려 낯선 골목길 추억은 남았지만 낯익은 이는 없다. 언제나 꿈길을 헤멘다. 가신임 그리워 눈시울이 젖지만 그 속에서 난 추억을 캐낸다. 금광에서 금을 캐듯 은빛 유년의 꿈을 가슴 가득 담아온다.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24 -
봄꽃 필 때
봄꽃 필 때 / 초아 박태선 삼월 천지엔 봄 향기 가득하고 파릇파릇 산천 물이 오를 때 잠시 보였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저 하늘 어딘가로 봄 소풍 떠난 너 이 좋은 날에 남은 자의 아픔은 절절해도 떠난 너는 말이 없구나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22 -
그는
그는 / 초아 박태선 나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믿고 따라야 하는 운명 거역할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산과 들 바람과 꽃 하늘과 구름 온통 그 속에 그가 가득합니다. 어느 먼 다른 곳에 계시는 것 같은 그는 내 마음속에 늘 함께 하심을 외면하였습니다. 꾸짖고 안타까워 소리치는데도 귀 막아 버렸습니다. 그는 통곡합니다. 나를 위하여 그는 나의 모든 것 그는 나의 중심이십니다. 사랑해도 될까요. 묻기도 전에 벌써 나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는...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21 -
그 소녀
그 소녀 / 초아 박태선 가슴속 들여다보면 울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더는 자라기를 거부해 버린 그날 그대로 멈추어 버린 타협도 용서도 외면한 채 감옥에 갇혀 스스로 수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19 -
당신
당신 / 초아 박태선 살아가다 문득 삶이 허무해질 때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그냥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싶을 때 그런 날엔 우리 서로 살아오며 가장 기뻤던 때를 두 눈 살포시 감고 떠올려 보자 물안개처럼 떠오르는 옛 추억들에 행복해질 거에요. 살아가다 모든 게 시시해지고 서로에게 실망했을 때도 처음 우리 만나 조건 없이 무조건 좋기만 했던 때를 생각해 보자 참으로 오랜 세월 우리 서로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생채기도 내었지만 그것마저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는 걸 이젠 알 나이도 됐지요. 사랑은 가꾸어 가는 것 서로에게 미루지 말고 손해 볼까? 망서리지 말고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주문처럼 외우며 주례 앞에서 두근대던 마음으로 돌아가 남은 평생도 그렇게 두근대는 마음으로 상대가 먼저 해주기를 기..
2016.03.18 -
달맞이 꽃
달맞이 꽃 / 초아 박태서 달빛 아래 노란 달맞이꽃 아직도 못 다한 삶의 조각 툴툴 털고 가 버린 당신 유년의 기억 속에 흰 나비로 날고 서러웠던 세월 쌓였지만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 사랑한다. 이 한 마디 온전히 하지 못한 채 하 오랜 세월 너무 그리워서 잊었노라 [상황문학, 동인집, 2008년, 통권 제6호, 발표작]
201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