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문학 10집(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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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 / 초아 박태선 늦은 밤 전화가 왔다. 아무 말 없이 가늘게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온다. 누굴까? 누가 이 늦은 밤에 전화로 아픔을 나누려 하는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아하 그래 친구였구나 바로 너였구나 묻기도 전에 풀어놓는 아픔이 나를 얽어맨다. 함께 아파하기는 하지만 어찌해 볼 수 없는 친구의 삶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냥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전화로 품어내는 친구의 아픔을 듣기만 했다. 한참을 풀어내더니 잦아들며 늦은 밤 전화해서 미안하다 하네 친구야 미안해하지 마 우린 친구잖아 추억과 아픔도 함께하는 친구잖아 [상황문학 동인지 10집 2012년 발표]
2016.05.11 -
들꽃
들꽃 / 초아 박태선 어느 날 문득 네게로 다가온 너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야 설렘으로 다가온 너 딱히 이름은 몰라도 좋다 어느새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게로 다가온 너 사랑의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너를 향한 사랑 너와 눈 맞추기 위해 난 키를 낮추게 되었고 너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난 가슴을 열어야 했다. 네게서 희망을 네게서 평화를 본다. 어느새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슬그머니 들꽃이 되었다. 상황문학 10집 (2012년) 발표한 詩(시)
2016.05.10 -
그리운 당신은
그리운 당신은 / 초아 박태선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해지면 난 당신을 만납니다. 마음이 하늘처럼 푸르면 난 당신을 봅니다. 당신을 생각하면 고요한 평화가 나와 함께 하지요. 당신을 따르면 싱그러운 푸른 하늘 쪽빛 물이 듭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따르면 따를수록 행복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상황문학 10집 (2012년) 발표한 詩(시)
2016.05.03 -
부모
부모 / 초아 박태선 피멍든 마음은 그늘 뒤로 감추고 누가 알까 맘 졸이며 오롯이 자식을 위해 살아온 당신 자식은 나 몰라라 등지고 살아도 그 자식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잘되어라 잘되어라 비는 마음 하늘 같은 그 마음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상황문학 10집 (2012년) 발표한 詩(시)
2016.04.29 -
봄날
봄날 / 초아 박태선 마른 나뭇가지 물오르는 소리 굼틀꿈틀 움트는 소리 훈풍이 지나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개나리 진달래 노랗게 빨갛게 울긋불긋 흥에 겹다 기다림은 꽃으로 절망은 희망으로 내게로 오시는 이여 어깨춤 덩실덩실 내게로 오시는 이여 날개 돋게 하시는 이여 상황문학 10집 (2012년) 발표한 詩(시)
2016.04.28 -
절망
절망 / 초아 박태선 누군가에 떠밀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서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본다. 살아오며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몬 적은 없었는지 행여 나 때문에 상처받은 영혼이 없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이제야 겨우 눈떠지는 내 삶 상처를 받은 자는 내가 아니라! 오히려 그였다는 것을 벼랑 끝으로 몰린 그 날 절망의 그날이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상황문학 10집 (2012년) 발표한 詩(시)
201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