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노래(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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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검룡소 / 초아 박태선 깊은 산 속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한이 서린 곳 새초롬한 들꽃은 하늘을 열고 물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곳 우리들이 젖줄인 한강을 채우고 역사를 넘어 쉼 없이 용트림한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4 -
봄 마중
봄마중 / 초아 박태선 옻 골 뒤로 작은 오솔길 낙엽 진 숲길 봄은 어디쯤 와 있을까 산은 바람으로 훈기로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꽁꽁 언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겨울밤 할머님의 옛이야기 같은 봄을 재촉하는 개울물 소리 팔공산 자락 끼고 이어지는 오솔길 봄이 되면 산철쭉 지천으로 피겠지 그때 다시 오마 돌아서는 등 뒤로 봄 햇살은 따갑게 먼저 와 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6.01 -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 초아 박태선 1) 당신을 알기 훨씬 전부터 당신은 나를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불렀지만, 나 스스로 다가간 줄 알았습니다. 2) 때로는 운명도 거역하고 뒤돌아서기도 하였지만 참고 견디며 돌아오길 기다려 주셨습니다. 3) 당신은 사랑입니다. 당신은 겸손입니다. 당신을 닮기를 소원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고향이었습니다. 4) 그대만이 내 기쁨이며 그대만이 내 행복인 것을 영원히 함께할 운명인 것을 죽어서도 함께할 삶인 것을 알았습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5.31 -
노송
노송 / 초아 박태선 천근의 삶 가지 끝에 걸어놓고 옹이로 맺혀진 앙가슴. 뻥 뚫린 속살 찬바람 온몸으로 버티어본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한 뼘의 자리에서 다시 또 봄을 맞고 겨울을 맞으며 자연의 교향곡 따라 팔을 벌려 춤사위로 한을 풀어본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5.28 -
엄마와 어머니
엄마와 어머니 / 초아 박태선 엄마는 동그라미 어머니는 네모 할매는 동그라미 할머니는 네모 할매와 엄마 할머니와 어머니 가까울 땐 엄마 거리가 느껴지면 어머니 같으면서 다른 이름 네겐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상황문학 12집, 2014년 발표]
2016.05.27 -
평화
평화 / 초아 박태선 내 탓이야 내 탓이야 어리석은 내 탓이야 손가락질 하나에 핏대 올린 악다구니에 흘겨보는 눈길에 이런 날은 헝클어진 실 뭉치처럼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저 사방이 적인 듯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지나갈 뿐이다. 유리알이 금이 갈 정도로 하늘은 저리도 맑고 맑은데 턱없는 오물을 뒤집어쓴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야 한다. 그저 참을 수밖에 참을 '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지요. 속이 부글부글 끓는 날 일단은 자야겠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다시 뜰 태니까 그래 잘했어 나 참 잘했어 스스로 격려해 본다. [상황문학 제11집, 2013년 발표]
201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