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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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 초아 박태선 팔월의 숲에는 향기로운 풀과 나무들로 농익은 단내가 난다.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 다람쥐가 달리는 허리 굽어 누운 길 콸콸 물소리 수많은 잎들이 은빛 춤을 춘다. 아직도 햇볕 따가운 숲 속에서 어느덧 나도 숲이 된다. 단풍 들어간다. [계간 참여문학 2003년 겨울호 가을 외4편]
2015.08.24 -
나의 기도. 1
나의 기도. 1 / 초아 박태선 무사히 보낸 어제를 감사 드리오며 살아갈 오늘을 당신께 맡기옵니다. 지치고 외로운 삶 연약하여 쓰러지면 당신이 일으켜주시옵소서 고난을 주시는 이도 당신이요. 평화를 주시는 이도 당신이옵니다. 말씀으로 강해지게 하시고 위로하시며 돌보아주시옵소서 당신께 나아가는 길이 험하고 멀다지만 그 길로 가게 하소서 당신의 손길로 어루만져주시고 사랑으로 덮어주소서 [계간 참여문학 2003년 겨울호 나의 기도 외4편]
2015.08.22 -
할미꽃
할미꽃 / 초아 박태선 연한 속살 핏빛으로 붉은데 싹 트자마자 할미가 돼버렸나 땅속깊이 뿌리박고 해마다 봄이면 언 땅 뚫고 봄을 알린다. 주어진 운명 앞에 항의 한번 없이 안으로 새긴 아픔 가슴 풀어 보이는가 굽이굽이 풀어내는 너의 속 마음 무심한 발끝에 밟히지나 말았으면..... [강과 백지의 세월 제2호 할미꽃 외2편]
2015.08.21 -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 초아 박태선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무엇이 제일 후회되며 무엇이 제일 하고싶었느냐고 그곳에는 후회도 슬픔도 있었지만, 기쁨도 그리움도 있었네요. 가슴 떨리는 벅찬 기쁨도 거기에 숨어 있었네요. 살아가며 괴롭다고 자꾸만 잊고 살았는데... 많은 후회 속에도 잔잔하게 떨리며 퍼져나가는 환희 또한 제 것이었네요. 축복은 신이 내리고 행복은 자신이 가꾼다는 건 잠시 잊었네요. 황량한 가을 들녘 다 버리고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빈 가슴 적시는 추억으로 살찌우렵니다. [강과 백지의 세월 제2호 발표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외2편]
2015.08.20 -
悔恨(회한)
悔恨(회한) / 초아 박태선 나이 들면 늙을 줄 처음부터 알았다만 어느새 백발이 찾아올 줄 몰랐더이다. 살아신제 섬기기 다하란 말씀 무심코 흘려보낸 세월이 허망하더이다. 기다려 주지 않은 세월인 줄 입으로는 말하면서 가슴으로 느낄 줄을 몰랐더이다. [강과 백지의 세월 제2호 회한 외2편]
2015.08.19 -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 / 초아 박태선 호젓한 숲길 색색으로 물든 그리움에 젖다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함께한 세월만큼 실망과 미움들이 더께더께 내려앉아 감각조차 무디어져 버렸나 봅니다. 나의 사람아 떠나버린 사람보다 당신이 더 애틋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잊고 지낸 나날 빛살 좋은 한낮에 묵은 때와 먼지를 털어낼까 보다 티끌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환한 그리움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 새벽 당신에게로... 마주보고 환하게 웃어주세요. 나의 사람이여 [강과 백지의 세월 창간호 발표 소중한 사람 외1편]
201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