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해서 틀리고, '어.' 해서 틀리는 말.

2015. 10. 29. 06:16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며칠 전 운동 하러 갔다가 자주 만나는 할머니를 만났다.
언제나 다정하게 부부 함께 오셔서 운동도 하시고
할머니를 보살펴 주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흐뭇하게 생각을 했다.

 

그날도 분명히 함께 들어오시는 것을 보았는데...
할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는지 할머니만 보이시기에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하고 여쭈어보았다.
"할아버지는 왜 찾아요!!??" 뾰족하게 날이 선 대답에 순간 무안하고 당황했다.

말은 '어.' 해서 틀리고, '아.' 해서 틀리며, 높낮이에 따라서도
소리의 크기에 따라서도 받아들이는 뜻이 달라질 수도 있다.

 

"아니 그냥요. 함께 오시는 것을 보았는데.. 안 보이시기에..."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어이 하겠는가??
속으로는 괜히 여쭈어 보았다는 후회를 하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조금 진정을 시킨 후...
그이와 나의 일상 속의 작은 다툼을 되돌아보았다.

 

그이도 간혹 내 말끝에 버럭 화를 낼 때가 있다.
무방비로 당한 난 속을 끓이며 억울해서 씩씩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나도 저 할머니의 말처럼 말 속에 날을 세웠을까??

 

그래서 그이가 화를 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못한다.
과연 난 날을 세운 적이 없었을까?
결과는 아니다 였다.

 

간혹 나도 모르게 뭔가 드러내 놓고 불만을 말하진 못하고
말 속에 뾰족한 날을 새워 그이의 마음을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날은 아니라 우기긴 하지만, 그래도 속으론 괜히 그랬다 후회를 한다.

 

그렇지 않고 전혀 엉뚱하게 전달되어 화를 낼 땐..
할머니의 말처럼 황당하고 억울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 말투가

그이를 화나게 하였던 것은 아닌지

 

나쁜 말이라도 조근조근 속삭이듯 말을 하면
그렇게 크게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좋은 말이라도 깐깐하게 날을 새워 말을 한다면...
나쁜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할머니도 평소의 말 습관 그대로 무심코 말하였는지도 모른다.

습관화된 말투 때문에 혹 나도 그이도
우린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나 않았을까?

 

평생을 써온 말투. 고치긴 어렵겠지만
조금씩이라도 고치려 노력하며 말투를 순화시키고,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