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4. 06:09ㆍ갤 러 리/예술작품
나의 사진첩엔 외할머니 집 뒤 뜰에서 어린 시절부터 찍은 사진이 많이 있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을 시절부터, 엄마의 사진첩엔 수십 년 전 같은 곳에서의 소녀 시절의 엄마가 있다.
아빠는 오래 된 사진 속 할머니의 나이가 자신과 같아질 때 사진 속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그날 이후 아빠의 나이는 사진 속 할아버지를 앞질러 가며 할아버지가 갖지 못했던 숫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자신이 걸어온 추억의 길목에 나의 추억을 새겼고, 아빠는 할아버지의 길목을 베껴두었다.
전시장의 그림 속 장소는 내가 머물렀던 곳이다.
내가 머물렀던 시간 이전엔 나의 부모가, 그 이전엔 부모의 부모가 모두 가 알고 있다.
같은 장소에 찾아 간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가는 문은 없다는 걸 그럼에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마음(心情)이었을까. 깊은 마음(深情)이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여기는 우리가 다시 만나는 곳이다.(작가노트 옮겨적음)
마음과 깊은 마음
사진을 찍는다는 건 선택한 시야를 한 장의 물질로 남기는 행위다.
1초 후에 흐트러질 세상의 존재들을 빛을 이용해 기록한다.
그러한 사진을 다시 그림으로 옮기는 행위는 흐트러져 버린 존재들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을 또 다시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心情)과 깊은 마음(深情)은 대를 이어가며 그들의 연결을 견고히 한다.
사진을 찍는 것 수 초면 가능하다.
짧은 결정에 의해 박제된다.
그림을 그리는 건 물리적 시간뿐 아니라 마음의 시간도 소비된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시각화되는 사진과 달리 몸을 움직이고 아니,
그 전에 머리로 계획을 하고, 또 그 전에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이번 전시의 그림들은 사진을 그렸다기보다 사진에 담긴 마음을 그리고자 했다.
그림으로 부재(不在)를 그리워 할 방법을 도모한다.(팜플릿에서 옮겨적음)
시간과 공간
철학은 먼지 같은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보편성이라는 개념을 세워 가치를 만든다.
헤겔은 그렇기에 '지금'과 '여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여기라는 시공간의 보편성을 획득함에 내 존재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 무한한 시공간을 끝내는 것은 나의 유한한 시공간이 종결하는 날이다.
그렇기에 존재성에 대한 귀함을 인지한다.
시간과 공간은 후진이 없다.
한번 쏜 화살은 뒤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은 전진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인류는 과거의 것을 기록하고, 그에 맞는 단어를 만든다.
추억이라는 단아도 그렇다.
우리에게 과거로 돌아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굳이 '추억'할 필요가 있을까?
'추억'은 쉼 없이 전진하는 시간이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는 격려이다.(팜플릿에서 옮겨적음)
풍경과 마음
중국은 서구에서 부르는 '풍경'에 대한 정의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중국에서는 풍경을 두고 '산'과' '물', 산수라 부르거나 '산'과 '강', 산천이라 부른다.
이 표현은 고대에서부터 존재해왔고, 오늘날 현대 중국어에도 사용된다.
즉 이 말은 풍경을 관찰자의 시야에 주어진 부분으로 여겨재는 것이 아니라, '산'과 '물'의
관계와 같은 대립된 것들의 상관관계로 여긴다는 것이다.
서양의 풍경화는 화가가 바라본 시야를 그려낸다.
하지만 동양의 산수화엔 화가가 머물렀던 공간을 옮긴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머무르는 것'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전시의 그림 속 장소는 내가 머물렀던 곳이다.
내가 머물렀던 시간 이전에 나의 부모가, 그 이전엔 부모의 부모가 머물렀던 곳이다.
나의 사진첩엔 외할머니 집 뒤 뜰에서 어린 시절부터 찍은 사진이 많이 있따.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을 시절부터, 엄마의 사진첩엔 수십 년 전 같은 곳에서의
소녀 시절의 엄마가 있다.
아빠는 사진 속 할아버지의 나이와 같아질 때 그것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그날 이후 아빠의 나이는 사진 속 할아버지를 앞질러 가며 할아버지가 갖지 못했던
숫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자신이 걸어온 추억의 길목에 나의 추억을 새겼고, 아빠는 할아버지의 길목을 베껴두었다.
모두가 알고 있다. 같은 장소에 찾아간다 하더라도 그 시간으로 가는 문은 없다는 걸.
그럼에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마음(心情)이었을까.
깊은 마음(深情)이었을까? (팜플릿에서 옮겨적음)
김민지 개인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HERE IS WHERE WE MEET)'
작품 전시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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