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박물관 뜰에서 詩와 거닐다

2021. 3. 20. 06:00갤 러 리/詩와 詩碑(시비)

[대구교육박물관 앞 뜰 詩碑(시비) 전경]

 

교육박물관 여러전시실 자료를 다 담아 소개를 마치고

다 끝났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사실 또 남은 게 있었네요.

바로 교육박물관 뜰에 세워진 詩碑(시비) 소개를 드리지 못하였기에

소개를 드릴까 합니다.

 

맨 처음 교육박물관 소개를 시작할때 교육박물관 벽에 그려진

벽화를 소개하고, 그 뒤로 전시실 내부를 나누어서 소개를 드렸지요.

이젠 정말 마지막으로 교육박물과 뜰 詩碑(시비) 소개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까 합니다. ㅎㅎ 제 맘대로요.

 

처음 소개한 벽화 포스팅 안 보셨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셔서 들려보셔요.

cho-a47.tistory.com/2060?category=514109

 

본론으로 들어가서 교육박물관 뜰 詩碑(시비) 소개를 시작합니다.^^

 

[이육사 / 청포도]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젖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경북 안동 출생

대구에서 의열단 가입,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 등 독립운동 전개

 

시집 : '청포도', '절정', '광야', '꽃', '황혼' 등이 있다.

 

[정호승 / 봄길]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됴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경남 하동 출생

대구 개성중. 대륜고 졸업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 '슬픔이 기쁨에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문태준 / 이제 오느냐]

 

이제 오느냐 / 문태준

 

화분에 매화꽃이 올 적에

그걸 맞느라 밤새 조마조마하다

나는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나는 또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

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이 깊은 구럭 같은 말

 

뜨거운 송아지를 여남은 마리쯤 받아낸 내 아버지

에게 배냇적부터 배운

 

경북 김천 출생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 '수련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곳'

 

[류근삼 / 단풍]

 

단풍 / 류근삼

 

개마고원에 단풍이 물들면

노고단에도 함께 물든다

분계선 철조망

녹슬거나 말거나

삼천리강산에 가을 물든다

 

 

대구 달성 출생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 '새벽산책', '거미울고개', '글마가절마가'

 

[박방희 / 함께 쓰는 우산]

 

함께 쓰는 우산 / 박방희

 

친구와 나눠 쓴 우산

 

우산 밖

반은 비 맞고

 

우산 속

반은 안 맞고

 

비 안 맞은

반 때문에

더 따스해진

반 때문에

 

비 젖은 반도 따뜻하고

시린 반도 훈훈하고

 

 

경북 성주 출생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 '참새의 한자공부', '쩌렁쩌렁 청개구리', '머릿속에 사는 생쥐', '참 좋은 풍경'

 

[이장희 / 博淵]

 

博淵 / 이장희

 

고월 이장희 시인의 육필

그가 남긴 필적은 이 博淵(박연)이 유일하다.

'넓고 큰 연못'이란 뜻으로

너그럽고 수용적인 인간의 품성을

뜻하는 말이다.

 

 

대구 출생

1924년 '금성' 3월호에 시의 번역소설 발표하며 등단

'봄은 고양이로다', '실바람 지나간 뒤', '새한마리', '불놀이', '무대'

 

[신현득 / 아가손]

 

아가 손 / 신현득

 

아가 손

작은 손

 

대추 하나

놓아주면

손에 가득

 

밤 한개

놓아 줘도

손에 가득

 

사과는

너무 커서

못 쥐는 손

 

온 식구

예쁘다고

만져 주는 손

 

 

경북 의성 출생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대구칠성국민학교 교사 지냄

동시집 : '아기눈', '통일 조국이 뭐예요?'

 

[권영세 /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 권영세

 

앞산 기슭으로

눈발이 날린다.

 

어깨와 어깨

다정히 겯고 내리는

눈발들,

 

저 멀찍 나가 앉은

마음들이

문득 이웃으로 돌아오고,

 

누나도 떠난 골짜기 채워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눈 마중 나선 아이들

머리 위에 마음 속에

은 빛깔 곱게 곱게

덧옷을 입힌다.

 

 

경북 고령 출생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대구용지초등학교 교장 지냄

'겨울 풍뎅이', '반디 고향 반디야', '캥거루 우리엄마', '권영세 동시선집'

 

 

[이상화 / 설어운 諧調]

 

설어운 諧調 / 이상화

 

하야튼 해는

떠러지려 하야

헐덕이며

피뭉텅이가 되다

 

셋붉은 마음

늙어지려 하야

고라지며

굼벙이집이 되다

 

하로 가온데

오는 저녁은

너그롭다는 하날의

못속일 멍통일너라

 

일생 가온데

오는 젊음은

복스롭다는 인간의

못감출 설음일너라

 

 

대구 출생

대구교남학교(현 대륜고) 교사 지냄

'백조' 창간호에 '말세의 희탄'으로 등단

'말세의 희탄', '나의 침실로', '단조', '가을의 풍경'

 

[심후섭 /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 심후섭

 

비 오는 날

우리 교실은

커다란 나룻배였으면.....,

 

오른쪽 창가의

웅이와 순이는

오른손으로

 

왼쪽 창가의

식이와 영이는

왼손으로

 

철벙철벙

노를 저어

집까지 갔으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집까지 갔으면.....,

 

 

경북 청송 출생

청주아동문학상 수상, 대구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송정초 교장 지냄

작품집 : '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 '독서왕이 성공한다',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의로운 소 누렁이'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경북 예천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연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하청호 / 봄에]

 

봄에 / 하청호

 

한겹

또 한겹

장미꽃 봉오리에

포옥 싸인 오월,

 

나폴

나폴

노랑나비

한겹

꽃잎을 벗기고 가고,

 

꿀벌

또 한 겹

벗기고 가고,

 

아!

반쯤 핀 장미꽃

속엔

햇살이 오월을

품고 있네,

 

 

경북 영천 출생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대구아동문학회 회장 지냄

동시집 : '둥지 속 아기 새', '잡초 뽑기', '초록은 채워지는 빛깔이네'

 

[하종오 / 原語(원어)]

 

原語(원어) / 하종오

 

동남아인 두 여인이 소곤거렸다

고향 가는 열차에서

나는 말소기에 귀기울였다

각각 무릎에 앉아 잠든 아기 둘은

두 여인 닮았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짐짓 차창 밖 보는 척하며

한마디쯤 알아들어 보려고 했다

휙 지나가는 먼 산굽이

나무 우거진 비탈에

산그늘 깊었다

두 여인이 잠잠하기에

내가 슬쩍 곁눈질하니

머리 기대고 졸다가 언뜻 잠꼬대하는데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이었다

두 여인이 동남아 어느 나라 시골에서

우리나라 시골로 시잡왔든 간에

내가 왜 공연히 호기심 가지는가

한잠 자고 난 아기 둘이 칭얼거리자

두 여인이 깨어나 등 토닥거리며 달래었다

한국말로,

울지 말거레이

집에 다 와 간데이

 

 

경북 의성 출생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쥐똥나무 울타리'

 

[시가 있는 전경 / 안내도]
[詩碑(시비) 가 있는 풍경]

 

어때요?

詩와 거닐어 본 소감은?

사진을 찍는 나를 산책하며 간간이 지나가시는 분이 힐금힐금 본다.

저건 왜 찍지? 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난 벽화와 시비를 담으며 참으로 행복했답니다.

 

 

평범한 행복 / 박태선

 

박물관 뜰

우연히 보게 된

차가운 돌덩이

훈풍이 전해져왔다.

 

아주 먼

시대와 시대를 넘어

마음으로

교감해 보는

 

따스한 햇살 아래

몽실몽실

피어나는

너와 나의 노래

 

시린

손으로 담는

한컷 한컷

행복이 되어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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