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김삿갓 문학동산 2

2019. 4. 18. 07:21갤 러 리/詩와 詩碑(시비)

 

소재지 :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구암리

 

[김삿갓 문학동산 시비 배치도]

[김삿갓 문학동산 시비 28~50 안내도]

[쉼터와 정자]

 

어제에 이어 오늘은 김삿갓 문학동산의
詩碑(시비) 28~50까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8) 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

 

어느 추운 겨울날 김삿갓이 시골 서당에 찾아가
묵어가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을 하며 내쫓는다.
화가 치민 김삿갓이 더러운 욕설시를 한 수 써 붙이고 나온다.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書堂乃早知(서당내조지) :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왔는데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 방안엔 모두 높은 분들 뿐이고.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 학생은 모두 열 명도 안 되는데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 선생은 찾아와도 보지도 않네.


젊잖게 표현하면 위와 같으나, 그 숨은 뜻은


서당은 내좆이요
방중은 개 좆물 뿐이고
생도는 제미십이며
선생은 내 불알이다. 이라 합니다. ㅎㅎ

 

[(29) 兩班論(양반론)]


양반에 대하여


저 양반 이 양반하고 양반타령만 하니
반이란 도대체 무슨 반이 양반인지 모르겠네
조선에서는 자고로 세 가지 성씨가 그 중에 양반인데
가락 일국에서 으뜸가는 김씨가 가장 양반일러라


천리먼길 찾아 왔으니 이 달에는 내가 손님 양반이요.
돈이 많아 팔자 좋은 그대들 부자 양반
그따위 양반이 진짜 양반을 몰라보니
손님 양반인 내가 가히 주인 양반의 지체를 알겠구나

 

[(30) 吉州明川(길주명천)]


고을 이름을 길주길주 하지만, 길한 고을은 아니요
성씨를 허가허가 하지만, 허가하는 곳은 없네
명천명천 하지만, 사람은 현명하지 못하고
어전어전 하지만, 밥상에는 고기 한 마리 없네

 

[(31) 入金剛(입금강)]


금강산에 들어가다


푸른 산길을 따라 구름속으로 들어가니
정자가 시객의 걸음을 멈추게 하네
용이 조화를 부린 듯 폭초수는 눈같이 날리고
정교하게 칼로 깎은 듯한 산봉우리는 하늘에 높이 솟아 있구나


신선을 닮은 봉우리는 천년을 묵은 학 같고
물가의 푸른나무믄 삼백길이나 됨짖한 소나무로다
절간의 스님은 봄에 취한 내 마음 알길 없어
무심히 한 낮에 종을 쳐 놀라게 하네

 

[(32) 賞景(상경)]


경치를 즐기다


경치가 어찌나 좋은지 걸음마다 발을 멈추고 서서 바라보니
산은 푸르고 바위는 흰데 그 사이사이 꽃이 피었네


만약 화공에게 이 경치를 그려보게 한다면
숲 속의 아름다운 새소리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

 

[(33) 還甲宴(환갑연)]


환갑잔치


저기 앉은 저 노인 사람 같지 아니하고
아마도 천상에서 신선이 내려오신 것만 같네
슬하에 일곱자녀 모두 도둑인들인가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를 환갑잔치에 올렸으니

 

[(34) 平壤妓生(평양기생)]


(김삿갓) : 평양 기생이 잘 하는게 무엇이냐?
(기생)   :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지만 시 또한 능하지요.
(김삿갓) : 잘 한다고는 하지만 별로 잘하는 것이 없구나
(기생)   : 달 밝은 밤 남정네 부르는 일을 제일 잘합지요.

 

[(35) 窓(창)]


십자와 구자 모양의 창살이 서로 이어졌는데
사이사이 좁은 길이 험한 산악지방 같도다
이웃 늙은이는 익숙해서 머리 숙여 들어오고
어린 아이는 열지 못해 손을 들어 긁기만 하네

 

[(36) 破格詩(파격시)]


하늘은 멀어서 가도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찾지 않네
국화꽃은 잔 모래밭에 피는데
꽃가지는 땅에 닿을 듯 늘어졌어라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했는지 소나무 아래 엎드렸구나
달이 기울어지니 산 그림자도 달라지고
장꾼들은 돈 벌러 오는구나

 

[(37) 虛言詩(허언시)]


헛소리


푸른산 그림자 속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흐르는 물속에는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절로 돌아가는 중은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배틀 위에서 베짜는 여인의 불알이 한 말이나 되겠더라

 

[(38) 犢價訴題(독가소제)]


송아지값 고소장


넉 냥 일곱 전 주고 사 온 송아지를
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푸른 산 푸른 물로 길러 왔는데
이웃집의 콩 먹고 자란 살찐 황소가
그 뿔로 이 송아지를 받았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리까?

 

[(39) 浮碧樓(부벽루)]


삼산은 청명한 하늘 밖에서 반쯤 열리어 있고
두물은 갈라져 백로노는 능라도로 흘러가네
고대문장가들이 나의 글귀를 다 써버렸으니
석양에 붓을 던지고 다시 양주로 내려가노라

 

[(40)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불루에서


십리 백사장 언덕 위 황무지에서
소복한 젊은 여인의 곡소리 슬픈 노래 같구나
불쌍하도다! 오늘 무덤 앞에 부은 저 술은
남편이 생전에 손수 가꾼 벼로 빚은 것이구나

 

[(41) 過寶林寺(과보림사)]


보림사를 지나며


잘 살고 못사는 것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뜻대로만 되리요
나는 내 좋아하는 것 따라 느긋하게 살리라
북쪽 고향 하늘 바라보니 구름길 천리요
남쪽에서 떠도는 신세 물거품과 같구나
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버리고
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
보림사를 다 구경하고 융전사에 다다르니
속세 떠난 한가한 자취가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42) 淮陽過次(회양과차)]


회양땅을 지나면서


산중의 처녀가 다 커셔 어른 같은데
분홍색 짧은 치마를 느슨하게 입었구나
붉은 다리가 드러나 과객을 부끄러워 하는 듯
소나무 울타리 안 깊은 뜰에서 꽃햘기를 희롱하네

 

[(43) 泛舟醉吟(범주취음)]


뱃놀이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나그네는 배를 띄웠고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 사기에 좋구나
지금 세상의 영웅은 항우가 아리나 바로 돈이요.
예나 지금이나 소진 같은 변사는 바로 술이로다

 

[(44) 錢(전)]



천하를 두루 돌아 다녀도 모두가 다 환영을 하고
나라와 가문을 일으키니 그 세력이 가볍지 않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왔다가 가도 다시 돌아가며
산사람을 능히 죽이고 죽을 사람을 능히 살린다.


아무리 장사라도 이게 없으면 종시 힘을 못쓰고
바보라도 이것만 잘쓰면 반드시 이름을 떨친다
부자는 잃을까 두렵고 빈자는 얻으려고 애쓰며
얼마나 많은이들이 이것을 이루려 늙어갔는가?

 

[(45) 嘲地官(조지관)]


지관을 조롱함


풍수 선생은 본래 허망된 말만 하는 사람이라
남이다 북이다 가리키며 부질없이 혀를 놀리네
수많은 청산 속에 만약 명당 자리가 있다면
어째서 네 아비는 그곳에 파묻지 않았는가?

 

[(46) 樂民樓(낙민루)]


선정을 펴야 할 관청에서 화적질 같은 정치를 펴니
즐거워 해야 할 정자 아래에서 백성들 눈물 흘리네
함경도 백성들 모두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 관찰사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47) 艱貧(간빈)]


가난


이땅위에 신선이 있다는데 돈만 있으면 신선같이 보이고
사람에게 무슨 죄가 있으리요, 있다면 가난이 죄로다
본래 부자와 가난한 자는 종자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니
가난한 자도 부자가 될수 있고 부자도 가난한 자가 될수 있네

 

[(48) 譬世(비세)]


세상을 비유함


부자는 부유함으로 괴롭고 빈자는 가난함으로 괴로우니
주리고 배부름은 달라도 괴로움은 한가지로다.
가난함과 부유함은 모두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니
바라건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기를 원할 뿐이다.

 

[(49) 姜座首逐客(강좌수축객)]


강좌수가 나그네를 쫓다


사당 동네에서 사당을 물으니
보국대광을 지낸 강씨라네
선조의 유풍은 불교가 분명한데
자손은 어리석게도 오랑케 교육을 받았구나


주인은 처마 밑에 선 나그네를 엿보고
문전에 서있는 나그네는 지는 석양을 한탄하누나
좌수별감은 분에 넘치는 벼슬이고
기병이나 보졸쯤이 마땅하구려

 

[(50)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품으니 천금이 티끌보다 아깝지 않고
낮에도 술잔드니 세상만사 구름같이 황홀하네
기러기 먼 하늘 날다가도 물 따라 내려가듯
청산을 나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가 어렵도다


김삿갓 문학동산의 詩碑(시비) 소개를 마칩니다.

 

[주차장 옆에 세워져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목적을 다 이루었으니 다음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을 하려 주차장에
들렸는데, 들어올 땐 보지 못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 보였다.

 

[주차장에 세워진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전경]


떠나는 것을 잠시 미루고 사진을 담아 돌아서려는데,
앞쪽에 노거수와 몇기의 詩碑(시비) 같은게 보였다.

 

[앞쪽 정자와 시비 전경]


뭘까? 다가가 보았지요.
이곳에도 김삿갓의 詩碑(시비)가 세워져 있었다.
담아왔습니다.

 

[정자와 노거수와 詩碑(시비) 전경]

[自顧偶吟(자고우음)]


웃으며 푸른 하늘 우러러보다 앉으니 마음 더욱 아득하고
지나온 길 돌이켜 보니 살아온 일 더욱 까마득하네


가난하게 사니 늘 식구들의 꾸지람을 받았고
술 어지러이 마셔 저자의 여인들에게 조롱 받았도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낙화 보듯 세월 흘러보냈고
일생을 밝은 달밤처럼 흐릿하게 살았도다


세상을 응당 내 몸으로 짓는 업이라 하며 살았고
차츰 청운의 꿈은 내 분수 밖의 일임을 깨달았노라

 

[雜詠(잡영)]


고요한 곳 문짝에 내 몸을 기대어서니
구경하는 마음과 기쁜 일들 맑고 진실하여라


안개 걷힌 외로운 봉우리는 초승달을 밀어 올리고
고목에 핀 꽃은 늦봄을 만드네


술은 좋은 벗을 만나 감개무량하고
시는 명산에 다다랐으니 신이 저절로 나네


기묘한 경지는 모름지기 물외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 중 한가한 사람이 적도다

 

[自傷(자상)]


자식을 청산에 묻고 또 처를 장사하니
부는 바람 슬픈데 해가 지니 더욱 쓸쓸해지는구나


문득 집에 돌아오니 집안은 절간 같고
홀로 찬 이불을 끌어안고 닭 울 때 까지 않아있노라

 

[시비 주변 노거수]

[五更登樓(오경등루)]


하늘은 만리나 높아도 머리하나 들기 어렵고
땅은 천리나 넓다 해도 다리하나 펼 수 없네


깊은 밤 누각에 오른 것은 달구경 하려는 것 아닉
삼일을 굶은 것도 신선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닐세

 

[自嘆(자탄)]


슬프도다! 온 세상 남아들이여
내 평생 지내온 일 알아 줄 이 누가 있는가?


부평초처럼 삼천리강산 떠 돌아다닌 자적
금서 사십년 모두가 허사로구나


청운의 꿈 억지로 안되니 원치도 않고
백발은 오직 공평한 길이니 슬프지 않네


귀향의 꿈을 꾸다가 놀라 깨어 일어나 앉으니
한밤중에 공작새 소리 남쪽가지에서 들려오네

 

[老人自嘆(노인자탄)]


팔십년에서 사년을 더 살았으니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그렇다고 신선도 아니네


다리에는 근력이 없다고 항상 다니며 넘어지고
눈은 어둡고 정신은 부족하여 앉아서 문득 졸고 있네


생각과 말함은 다 망녕되고
그래도 아직은 실 한가닥 같은 기운은 남아있네


슬픔과 즐거움은 다 망연하지만
때때로 황정의 문경 편은 잘도 외우네

 

[노거수와 詩碑(시비)]

[도로 건너 앞쪽 김삿갓 문학동산 전경]


김삿갓 종명지와 문학동산의 시비와 이곳까지 다 담아왔으니
만족하고 돌아왔었지만, 집도착해서 사진을 정리하며 안내도를 살펴보니
아차… 돌아가신 후 잠시 묻혀계셨던 곳 初墳地(초분지)를 들리지 못하고 돌아왔네요.


후회해도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자꾸만 후회가 됩니다.
안내도를 현장에서 좀더 꼼꼼히 살펴볼껄하고…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종명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김삿갓의 묘소가 처음 만들어졌던 초분지
이 동산은 옛날 길손들이나 주인없는 시신을 묻었다하여
‘똥뫼’라고 불렸으며 마을 동편에 있어 ‘동뫼’라고도 한다 합니다.


철종 14년(1863) 김삿갓은 67세의 나이로 별세하여
이곳에 초장되었다가 3년뒤 그의 차남 익균에 의해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노루목으로 이장되었고 현재는 그 破墓(파묘)터에
封墳(봉분)을 복원해 놓았다 합니다.


이것으로 종명지와 문학동산 그외 시비동산의 소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