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9. 06:03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벌써 몇 주 째 내려오지 않은 막내아들.
27년동안 군대에 간 3년 그때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던 아들이...
졸업 후 취직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처음 두어번은 빨래 감 가지고 내려오던 아들이..
세탁기가 있어서 빨래한다며 그냥 빈 몸으로 매주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인가 벌써 몇 주일 째 내려오지 않았다.
폰으로 전화해서 물어보면, 그냥 서울에서 있으며, 공부도 하고 그런다고 하지만.......
회사사정이 어렵다 하더니, 혹시나 하고 괜히 걱정이 된다.
월급은 잘나오느냐고? 물어보지만,
"네..그냥 먹고 지낼 만큼은 나와요." 하고 그냥 얼버무린다.
추워진 날씨가 걱정스러워 옷은 어떻게 할래 했더니, 엄마 택배로 부쳐줄래요. 한다.
주소를 받아 적고 박스에 넣고 테프로 붙이고 그리곤 택배로 부쳤다.
그리곤 아주 간혹 전화를 하고 받고 하지만, 내 맘 탓일까? 그리 밝지 못한 아들 목소리에 마음이 아프다.
어디 아프니?? 하고 묻지만, 늘 괜찮아요. 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있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들어 어려워하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될까만, 경제도 그렇고.... 안타깝고 걱정이 된다.
언제쯤이면 활짝 개일까? 나라 형편이... 대학원까지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고.....
또 해도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는대가 많다는데... 이래저래 걱정이 되는 아들에게서 그저께 전화가 왔다.
"엄마 이번 주 토요일 집에 내려가려고 해요."
"왜 무슨 일 있니??"
"아니요. 하도 오래 안 내려가서 한번 내려 가려구요."
"그래라 그럼 토요일 저녁에 도착하겠네....."
"네..." 이렇게 이야기하곤 전화를 끊었다.
드디어 막내가 내려온다는 토요일 오후
이것저것 준비하고 찌지고 꿉고 뽁고...시간 맞추어서 밥을 앉혔다.
마음도 몸도 바쁜데.......따르릉 울리는 전화
부엌에 있는 나 대신 짝꿍이 전화를 받았다.
"응~왜?......."
"지금 어딘 대? ........."
막내에게서 온 것 같아 슬며시 참견을 했다.
"왜 그래요....??" 하고 작은 소리로 물으며 손짓으로 말했다.
"엄마 바꿔 줄게...." 대답대신 얼른 수화기를 나에게 건네준다.
"왜요? 막내? "
"받아봐......" 별로 달갑잖은 목소리다. 왤까??"
"응 엄마다 왜?"
"엄마 바로 집으로 못 가구요. 경산서 내려 친구들 만나보고 갈께요."
"집에 들려서 저녁 먹고 가지.."
"집에 들렸다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요. 경산에서 내릴려구요."
"........................"
"어머니 죄송해요."
"뭐라 카 노!! 집에 오지...쟈 는 늘..........오라 캐라!!"
옆에서 짝꿍이 화난 소리로 말한다. 난 얼른 수화기를 귀에다 바싹 대고 말했다.
아버지의 화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막내에게 전달될까
걱정이 되어서....그리곤 얼른 말했다.
"그래 그럼 친구 만나고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라."
"어머니 제가 열쇠로 열고 들어갈께요. 주무세요. 기다리지 마시구요."
"응 알았다.."
"뭐라 카는 데!?"
난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여서 즐거운 듯이 말했다.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면서 늦게 온대요~~" 말하곤 얼른 부엌으로 갔다.
나도 속상하려고 하는데, 짝꿍까지 뭐라고 함 내 속이 더 상할 것 같아서... 부엌문을 닫는 순간 기운이 쭉 빠진다.
여기저기 늘어놓은 그릇과 찬 꺼리 그만 하기 싫다.
자식이 뭔 대 이리 즐거워하며 기다리고 장 봐와서 먹일려고 부지런 떨었는데... 손끝에서부터 힘이 빠진다.
지금은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대충 준비를 해서 짝꿍이랑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곤 낼 아침 다시 하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컴 도 싫고 괜히 눈물이 고여온다.
큰아들도 내려온다고 하기에.........전화를 했지만,
큰아들 역시 경산에서 내려 자기 집으로 바로 간다며...그냥 간단다.
딸아인 수원에 있고..........이젠 정말 짝꿍과 나 단둘이다.
녹차를 끓여서 함께 마시며.......난 자꾸만 곁눈으로 남편을 살폈다.
이그 마자 나에겐 역시 당신밖에 없소.
세월의 흔적이 머물고 있는 얼굴이 왠지 오늘저녁은 더 정겨워 보인다.
당신과 나와 이렇게 단둘이 살아갈 날들이 더 많지요.
자식들은 이제 훌쩍 떠나버린 빈 둥우리에 우리 둘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그렇게 살아가야 할 세월들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우리 두 사람 몫으로 남았다.
어떻게 노년을 가꾸어 가느냐에 달렸다.
결코 자식에게 서운해하지 말자고 다독였던 마음이 자꾸만 무너지려고 한다.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사랑을 죽이고 있지만,
참으로 힘든 게 자식 향한 사랑 같다.
서운한 마음은 잠시 또 다시 난 늦게 들어올 막내를 기다리며,
잠 오는 것을 참고 컴앞에 앉았다.
수다를 떨며 내 맘의 서러움을 훨훨 날려버렸다.
그리곤 막내가 들어올 때까지 잠퉁이가 잠도 자지않고
즐겁게 대화하며 아들을 기다렸다.
늦게온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선 컴 앞에 앉은 나를.. 두 손을 벌려서...
등뒤로 안으며 "어머니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에 스르르 녹아버린 엄마의 맘
이렇게 사는 거지 별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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