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난 아내가 되고 싶다.

2017. 7. 10. 06:04살아지는 이야기/삶과 일상

 

 

요 며칠 운동하려 복지관에 들르지 못하였다.
처음엔 몸이 좋지 않아서 안 가려 한 줄 알고..
속으로 은근 걱정과 염려가 떠나지 않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랬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운동하러 갔다가 함께 운동하며 얼굴을 알고 지내는 분께
앞니가 빠져 우묵들어가고, 말도 새는 남편에게 뭐라 했나 보다.

그다음부터 "몸이 좋지 않다."
"오늘은 가기 싫다."
"오늘도 쉴래" 하였다.

그분도 기분 상하라고 한 말씀은 아닌듯하지만,
모든 게 예민해진 환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예전에 한 치아가 요즘 음식이 잘 씹히지 않기에
치과 예약을 한 날이 오늘이기에 치료도 받고 남편의 치아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상담도 할 겸 들렸다.

상담 도중 문득 깨달았다.
뻐끔하게 빈 입안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 그랬구나 하는...
아직은 회복단계니 좀 더 회복된 후에 치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신다.

우선 보기 싫으니 앞니라도 가치를 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그건 된다고 하셨다.

다음 주 화요일 예약을 미리 해놓고 돌아오며
그동안 눈치 못 챈 나 자신이 참 미련했구나
자책하며 뉘우쳤다.

미리 알아 해결해 주는 것도 병간호일진데...
그저 먹거리와 약만 잘 챙겨드리는 것 만 중요한 줄 알았다.
마음도 보살펴 줘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내 입장이었더래도 가기 싫었을텐데...
누구 뭐라 하지 않더라도 빠진 치아로 운동하러 가지 않았을텐데..
그동안 위하는 척만한 것 같아 헤아려드리지 못함이 후회가 된다.
마음속 그늘까지 밝고, 맑게 환하게 해 드리고 싶다.

늦게야 깨달은 눈치 없는 아내
이제라도 세심하게 챙겨드리는 철난 아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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