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3. 04:59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조금 괜찮아 보여 안심을 했는데, 금방 또 가슴을 콩콩 치며 괴로워한다.
아이 셋을 낳아도 한 번도 입덧해 보지못한 난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모른다.
그저 안타까워하는 맘으로 지켜보는 것밖에는 해 줄 게 없다.
어젠 사부사부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였지만, 늦은 시간이라 내일 점심때 먹으러가자 하고 미루었더니,
막상 다음날에는 몸이 괴로워 갈 수가 없다나.... 어제 생각이 있다고 할 때 데리고 갈걸. 후회가 된다.
하긴 데리고 가봐야 몇 모금 먹었을까만, 그래도 미안하다.
몸의 컨디션이 자주 바뀐다. 괜찮은 것 같다가 또다시 시작하고,
이젠 괜찮겠지 안심하고 내려갔다 다시 올까? 하면 또다시 긴장시킨다.
그래도 용하게 잘 넘어간다 싶더니, 오늘은 견디기가 힘들었나보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짜증을 부린다.
안쓰럽다가도 문득 딸아이의 투정에 서운한 감정이 일어난다.
아주 잠깐 울컥 올라오는 서운함을 사위 앞이라 꾹 눌렸다.
저하나 위하여 집안일도 다 팽개쳐두고 와 있는데,
서운하다 못해 미워질 때도 있다.
또다시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나의 지난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내가 딸이었을 때 그때의 일이...
엄만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내 기분만 생각하고 함부로 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을 딸아이한테서 보았다.
철부지 내 모습에 어머님은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안타까워했을까?
(얘야 그래도 그렇게 제 기분대로 다 하고 나도 개운하지는 않단다.
나중에 오히려 후회와 아픔만 쌓을 뿐이란다. 옛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중얼대본다.)
생각에 젖어들어 있는데, 딸아이가 부른다.
은근한 목소리로...
"엄마"
"왜?"
"아까 미안했어요."
짧은 한마디 말에 후루루 풀어져서 빙그레 웃고말았다.
"엄마 아까 이 사람이 뭐랬는 줄 아세요?"
"왜? 뭐랬는데?"
"이제 엄마 갈 거야 다시 안 올 거야 내일 내려 가실 거야."
그랬다면서, 울쩍해한다.
괜찮아 괜찮고말고 난 엄마고 넌 딸이니까 괜찮아
나도 그랬는 걸 그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당연한 줄 알았거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모녀간의 일인걸
괜찮아~~~
[강과 백지의 세월 2004년 제3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