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7. 05:05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집을 떠나 답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늦게 먹은 점심 덕분에 저녁생각은 없지만,
그냥 지나치긴 좀 허전할 것 같아서...
길가에서 파는 참외를 사서 도곡 온천 원천탕에 숙소를 정해 들어갔다.
우선 오늘의 흙 먹지를 씻어내고............ 참외를 깎았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물렁물렁한 게 맛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 갂아 먹기 좋게 자르는 순간 속이 썪었다.
4kg에 1만 원 주고 산 그중에서 젤 큰 참외...
덤으로 끼워준 작은 참외를 깎아 봤지만, 역시.....
이번엔 좀 덜하지만, 속이 농했다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화가 났다.
"여보 이거 너무했다. 아무리 뜨내기손님이라지만, 바꾸려 가요"
"지금......관둬....아마 문 닫았을 거야"
"아직은 안 닫았을 거에요. 갔다 와요."
"난 그곳이 어딘지 몰라"
속이 상해서 가자는 나에게 짝꿍은 그냥 있자고 한다.
혼자서라도 가고 싶지만, 난 길치다.
이리로 저리로 정해주는 대로 차를 몰고 다녀서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가지 못한다.
자꾸만 조르는 내게 나중엔 길을 모른다고 발뺌을 한다.
정말 길을 모르기야 할까만,
가기 싫다는 싫은 소리 하기 싫다는 뜻인 것 같다.
하기야 이젠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캄캄해진 밤...문 닫고 들어 간지도 모른다.
사온 참외를 차 안에 두고 우선 저녁에 먹으려고 3개를 가져온 중에서 두 개는 깎고
하나 남은 참외를 혹시나 하고 갂았더니, 손끝에 느껴지는 아삭아삭한 느낌이 먼저 거하곤 틀린다.
먹기 좋게 잘라서 한입 베어먹어 보았더니 맛있다.
다른 건 어떤지 궁금해서 다시 내려가서 사온 참외를 다 들고 올라왔다.
그리곤 깎아봤지만, 처음 거 두 개만 빼고 다른 건 괜찮은 것 같았다.
하나 더 깎아서 먹고 나머진 냉장고 안에 보관해 두었다.
그럼 그렇지 설마 속이기야 했으려고.....
안 보이는 속을 알 수가 없어서 그랬을 거야...
하고 생각하니 속상했던 처음 기분이 점점 풀려온다.
하긴 사람도 그렇다.
보기엔 멀쩡한 사람도 속은 알 수 없으니까....
겉보다 속이 성한 사람과 사귀고 싶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되고 싶다.
진심과 진심이 통하는 그런 정을 나누고 싶다.
겉보다 속이 진실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 들어간다고 서운하게 생각하기보다
내면이 알찬 사람이 되고 싶다.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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