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7. 04:57ㆍ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폰이 울렸다.
우체국 택배에서 온 전화
지금 집에 계시냐며, 곧 올라가니까 기다려달라는 말씀.
조금 기다리니, 택배아저씨가 올려주시고 간 것은
아직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웹상의 이웃인 둘리님이 보내 주신 선물이였다.
지난 여름 어느 날인가도 농사지은 방울토마토를 선물하고 싶다하셨지만,
힘들게 지은 농산물을 아무런 일도 한 것이 없으면서...받기가 너무 송구하여,
마음만 고맙게 받겠노라 하였는데....
주고 싶은 마음을 너무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좋지 않다며, 불편하신 마음을 말하셨다.
그랬는데...이번엔 또 사과를 따신다며 떼깔과 모양은 볼 폼이 없지만,
맛은 그만이시라며... 보내주신다며 멜로 주소를 알려달라하셨다.
몇번을 망서리다가 고마우신 둘리님의 마음의 선물을 받기로 하였다.
그래서 주소를 보내놓고는 깜빡 잊고 있었다.
그랬는데....이렇게 택배로 부쳐져 온 선물에 난 그저 울컥 치밀어 올라오는
아름다운 情(정)에 순간 목이 메였다.
오프상의 만남이든 웹상의 만남이든 서로 진심을 다해 오고가면,
이런 좋은 인연도 만날 수 있으리란 것을 난 예전부터 알았으며, 가슴가득 느껴왔다.
언젠가 웹상에서 가슴으로 낳은 딸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 딸아이가 보내준 보약 받아보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살아오며 나를 위해 내 스스로 한번도 보약(?)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 아프지 않고 가슴으로 낳은 웹상의 딸아이가 진정 내 딸처럼 느껴져서...
그러나 지금은, 연결이 끊어졌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진정 보고싶다.
I.M.F 와 숱한 어려운 나날들을 보내며, 신랑의 하는 일이 어려워졌는지...
연락을 해도 잘 안되드니 어느날 부터는 영.........단절이 되어버렸다.
난 지금도 그 딸아이가 보고싶다.
꼭 찾아서 만족한 도움은 줄 수 없을지라도 가슴에 꼬옥 안아주고 싶다.
오프에서와는 달라 웹에선 오해가 생기면.... 풀 수가 없다.
그게 너무 아쉽다.
딸아이와 헤여진게 소식이 뚝 끊긴게 혹 나에대한 어떤 서운함 때문이 아니였는지...
지금도 그 딸아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받지 않는 전화는 지금도 혼자 울기만 한다.
어제는 정말 행운의 날이였나보다.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둘리님이 보내주신 사과를 받아놓고
우선 젤 큰 사과를 골라 깍아서(둘리님께선 그냥 먹으라 하셨지만),
농약을 조금밖에 치지 않았고 또 비가 많이 내려 괜찮으니 깨끗이 씻어서
그냥 먹으라고 하였지만, 고정관념때문일까? 남편이 깎아서 먹자고 하기에
하나를 깨끗이 씻어 깍아서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한 맛과 함께 입안 가득
사과향이 가득 고여왔다.
정말 때깔과 빛깔보다 맛이 너무 좋다.
사과를 먹고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오니,
이번엔 또 부여에서(풀향기님의 언니) 농사지은 멜론이 도착했다.
생각도 못했는데....지난 추석전에 멜론을 부탁해서 아들과 딸아이집
그리고 우리집에 택배로 보내주십사고 주문을 하였는데...
한 상자 값은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하셨지만,
어찌 힘들게 지은 농산물을 절대 그냥 얻어먹을 수 없기에
주문한 대로 다 송금해 드렸더니, 미안하시다며, 다시 또 보내온 멜론 한 박스.
예전에 손주 이름을 남편이 지어주었으며, 결혼 날자도 받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성의도 표하셨는데...
또 다시 평생을 부르는 이름을 지어주어서 너무 고맙다며,
다시 보내온 멜론 한 상자.
보내주신 그 맘 고맙게 진정 고맙게 받아들이고 나니,
금새 생각나는게 손주들이다.
멀리 있는 외손주까지는 챙겨줄 수 없지만,
대구에서 가까운 구미에 사는 손주들은 챙겨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마음이 들뜨서 준비를 하고 구미로 출발했다.
사과는 맨 윗줄 한줄만 빼서 남겨두고 멜론도 3개중 2개는 보내고 1개는 남겨두었다.
히...우리도 맛은 보아야 겠기에...^^
둘다 직장을 다니니 늦은 저녁이나 밤이 아니면 평일에는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저녁에 출발하여 도착하였더니, 며늘아이가 저녁을 준비한다며,
꼭 저녁을 드시고 가시라고 부탁을 한다.
히...늘 그냥 후다닥 다녀왔거든요.
식사챙겨주기 힘들까봐 그냥 편하라고 그렇게 했는데...
좀은 서운하기도 했나봐요.
정성껏 챙겨서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며늘아이는
우리가 늘 그냥 다녀가는게 마음에 걸렸나봅니다.
서로를 생각해서 한다는 것이 어쩌면 서로에게 서운함을 주기도 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저녁을 대접받고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자고 가면 안돼요.?"
"할머니 오래 있다 가시면 안돼요?"
저녁을 먹으며, 내내 래규는 자고 가거나 더 있다 가라고 한다.
낼 작품(?) 발표회가 있다며,...엄마, 아빠는 직장때문에 들리지 못하니까...
할머니라도 와서 봐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ㅠ.ㅠ
오늘 또 가...말어...
에고 이럴땐 마음이 아프다.
래규야 미안해 할머니가 마음으로 응원을 보낼께~
"작품(?) 잘 보관하였다가 할머니 오는날 보여줘~"
약속을 하곤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여 폰을 보니 '밥해놓겠습니다. 꼭 식사하시고 가세요.'
라는 며늘아이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와있다. ^___________^
어제는 아름다운 情(정)으로 너무 너무 행복했던 날.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은 날.
2007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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