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2

2021. 8. 25. 06:00갤 러 리/예술작품

[지하철 2호선 범어역 9, 10 출구 전시작품 전경]

 

어제에 이어 오늘은 2편을 소개합니다.

즐감하셔요.^^

 

[대구범어지하철역 지하도 / 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작품 전경]

 

글과 그림의 뿌리는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이 자라서 글이 되고 그림을 이룹니다.

 

글과 그림은 사람을 그려내고 풍경도 그려냅니다.

겉모습을 그려내는 가운데 속마음도 그려냅니다.

 

그려낸다는 것은 그리움을 가꾸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아무쪼록 동참해 주신 문인 여러분!

그리고 화백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의 그리움은 곧 우리 모두를

더욱 아름다이 열매 맺게 할 것입니다.

 

2021년 8월 18일

제 14대 대구문인협회장 심후섭

 

[물안개 잠자리 / 그림 윤종환 / 글 이정선]

 

가을이 내려온

이른 아침 강 언덕

 

날개 젖은

잠자리 곁

물안개 졸고 있어

 

잠 깰까

조심 또 조심

숨 못 쉬고 걸어요

 

[비티재에서 / 그림 윤종환 / 글 안용태]

 

돌아오니 청도

내려보니 창녕

오다가 보니 이곳까지 왔네

 

온 길 반 갈 길 반 비티재에서

한 아름 석양을 가슴에 안고 보니

앞만 보고 걸어온 비탈진 내 여정

 

이리도 눈부신 날 있었단 말인가

 

[아모르 파티(Amor Fati) / 그림 장이규 / 글 고명환]

 

길 없는 길이라도 우리는 가야 하네

정해진 길이라면 손이라도 흔들면서

언제나 걸망 같은 이름표 닦으면서 가리라

 

검붉은 혈관 속에 뿜어내는 거친 말들

화살로 날아와서 발아래 밟히어도

오로지 한송이 들꽃으로 외롭게 가리라

 

강물 속 깊은 시름 붕대로 감고 감아

모호한 바램마저 네 것인 양 여기며

묵묵히 자국난 세월 감싸면서 가리라

 

[비 / 그림 장이규 / 글 여영희]

 

그대 찾아 자박이며 왔어

보고픈 마음 전할 길 없어

머나먼 길 떠나

그냥 자박자박 내렸어

 

그리움 삭이며 간직했던

가슴 따가웠던 사연들을

심중 깊숙히 전하려

그대 가슴 위에

동녘이 환히 밝아지도록 내렸어

 

가슴 눅눅히 젖은 그래

속내 훤히 드러내어 보이려

애간장 태우는

이 내 마음 아려나

 

[꽃을 보니 / 그림 장이규 / 글 오영희]

 

작은 일에도 동공이 넓어지고

똑똑해지는 호기심

꽃이 뭐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오로지 보기만 했다

 

거칠어진 호흡

부들부들해지는

포메라니안털 같은 숨결

 

꽃이 나를 보는지

내가 꽃을 보는지

눈과 눈이 마주하기를 오래

 

그 마알간 눈동자에서

애썼다 피워 내느라

 

[능소화 / 그림 장이규 / 글 황인동]

 

나는

당신이 걱정이고

당신은

내가 걱정이고

 

걱정은 또

모든 게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담을 넘는다

 

[땅 따먹기 / 그림 구두리 / 글 이정희]

 

뼘 하나 크게 그리고 그 위에 집 짓는다.

말똥구리 잘 튕겨서 계속 그어간다.

신나게 넓혀 가고

재주껏 말똥 굴리며

남의 집에 들어갈까 조심조심

내 땅 더 넓혀 보려 눈 굴린다.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고

서산에 해 뉘엿뉘엿

얼굴까지 빨갛에 물들일 때면

어머니 부르는 소리에

저마다 자리 일어나고

 

먼지 묻은 옷 툭 툭 털고 보니

부풀었던 욕심 간 데 없고

주머니 속에

말똥구리 하나만

만지작만지작

 

[두류공원 찬가 / 그림 구두리 / 글 류우복]

 

팔공산 정기 서리고 비슬산 온기 스미는

푸른 기운 감도는 달구벌의 노른자위

금봉산 둘렛길 대구의 심장 두류공원

백 세의 젊음이 출렁인다 붉은 피가 돈다.

 

은하수 절벽 위에 둥근 달이 뜨면

애국 시를 읊조려 겨례의 서정이 흐르고

향기꽃 초록 물결 쪽빛 하늘 아래 향연

백 세의 젊음이 출렁인다 붉은 피가 돈다.

 

삼백만의 자존심 달구벌 타워 위에

밤마다 별들이 내려와 초롱불 내걸고

두류공원 실개천에 향수(鄕愁)가 흐른다.

백 세의 젊음이 출렁인다 붉은 피가 돈다.

 

[인생살이 / 그림 김진태 / 글 배규덕]

 

생은 무엇이요 사는 무엇인가

꿈이 삶이고 삶이 꿈이네

우리네 인생살이 영원한 꿈이지

 

잠 깨면 삶이고 잠들면 죽음인 것

붙잡아도 살지 못할 가 버리는 세월

 

잠시 왔다 사라지는 우리네 인생살이

저 하늘 구름 따라 너도 가고 나도 가고

목놓아 불러도 대답 없는 인생살이

 

거센 풍파에 눈물 짓고

빨간 꽃잎에 웃음 띄는

인생아 물어보자 네 가는 곳 어디메냐

 

[밉다 / 그림 윤종환 / 글 서정윤]

 

꽃잎이 비에 젖는다

마음까지 무거워진 바람은

깨금발로

풀잎 위를 걷는데

 

꽃구경 온다고 한 그 사람

아직 보이지 않는데

 

비는

참을 줄도 모르고

 

[봄이 오는 길목 / 그림 정희순 / 글 홍승우]

 

새벽 못가에 나가보면 이슬 맺혀 있고

솔잎에 묻은 향기 닦아내며

돌 틈새, 가재는 움직인다.

 

쪼개진 하늘 바라보며

하얀 이 드러내어 웃고 있는 이여

향기 없는 꽃 흐드러지게 피고

버들강아지 가슴 털어 물위에 어린다.

 

망태 걸머메고 널다리길 지나가면

삼성산 곡괭이에 퉁기는 불

까치산 너머 가리운 빛, 주름 잡힌 얼음장 밑

봄눈 녹아 개울물 흐르는데

아직은 말이 없는 겨울 산.

 

[빨간댕기머리 산새 / 그림 구두리 / 글 배춘봉]

 

성주 죽전리 대숲속 판넬집 쉼터

빨간댕기머리 산새 한 마리

쉼터 부엌 선반에 둥지 틀었네

 

임신한 몸으로 어디를 헤매다가

우리집에 복덩이로 날라 들었소

 

몇날 며칠 진통 끝에 진주같은

옥구슬 여섯알 낳앗지,

 

수십일 알품어 새끼 탄생하고

벌레먹고 자란 새끼들 날개짓은

푸른 창공으로 날기위해---

 

[똑같다 / 그림 민병도 / 글 은종일]

 

흙바람도 지나치는 아파트

울타리 구석

녹슨 자전거 누워있다

 

흙투성이 안장

바람 빠진 타이어에게도

팽행한 시간 있었겠지만

 

버려져서 녹슬고

끝내는 사라지게 될 명운

 

찾지 않아서 멀어지고

관심이 무심하여

영영 잊히는 사람

 

똑같다

 

[파도 / 그림 장이규 / 글 정춘자]

 

겁 없이

힘껏 달려와

남김없이 부서지는구나

 

나도 너처럼

그렇게 겁 없이

부서질 수 있다면

 

그렇게

남김없이

줄 수 있다면

 

아무런

바람 없이

살 수 있다면

 

[억새밭에서 / 그림 장이규 / 글 김종근]

 

억새밭에 바람 부니

내 몸도 속절없이 일렁인다.

 

둥지 틀던 멧새들이

인기척에 놀랐던지

푸드덕 소리 내며 날아간다.

 

괜히 억새밭에 들어와

들뜬 마음 하염없이 내닫다가

 

그 속에 살아가는 터줏대감

쫓아낸 것 같아

내 마음 콩닥콩닥 붉어진다.

 

[서문시장 수제빗집 / 그림 장이규 / 글 백지은]

 

빗물 질펀한 시장을 가로질러 노점에 닿는다 양은 솥 가득 수제비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연신 코를 벌렁거리며 게딱지 손으로 쉼 없이 수제비를 뜯어내는 그녀의 저 재바른 손놀림,

겨울비 내렸고 생의 절반이 도망치듯 세상 밖으로 뚝 떨어져 나간 남편과 어린 자식 삼 남매와 빚덩이만 밀가루 반죽처럼 게딱지 손끝에 매달려 있다

 

팔자라 말하기엔 아직도 잘라버리지 못한 것들 손끝에서 댕강댕강 양은 솥 안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어야 살아가는 삶,

밀가루 반죽은 '뚝 뚝' 그녀를 잘라 먹는다 숨을 쉬는 동안 끝나지 않을 눈물을 밀랍 하는 일 찜통에 담아두었던 밀가루 반죽 한덩이를 들고서 밀려 나온 생의 한 가운데 모든 신경을 손끝에 모아 쪼가리 쪼가리 양은 솥 안으로 던져 넣는 수천 개의 게딱지

 

[행복의 집 / 그림 장이규 / 글 윤상화]

 

행복의 집은

"삶의 매 순간 순간이 기적이며

무한한 축복"이라는

감사의 황토 벽돌로 지은 집이다

 

[천마산 / 그림 민병도 / 글 김정옥]

 

봄, 천마산 능선

시야가득 진달레 꽃수를 놓았다

그냐, 유년의 기억들

나비되어 진달레 사잇길

하늘하늘 꽃잔치다

 

[그때의 어머니 / 그림 장이규 / 글 조병렬]

 

마을의 공원에는 일인용 의자가 없네.

내 옆자기에 앉은 은행잎은

긴 세월 속에서도 그때 그 모습인데.

 

건너편 두 노인의 미소에 숨은 단풍은 아직도 연붉은 빛.

잠시 감았던 눈 다시 뜨면

어디에도 어머니는 보이지 않네.

 

당신의 손바닥 굳은살 같은 숙명의 세월.

어린 남매가 생명줄이었던가.

두껍다란 효부상이 온몸을 감쌌던가.

세상길 올가미 속에서

청천을 우러르지 못한, 청상의 구만리 일생.

 

외로움도 쓸쓸함도 사람의 삶.

손주들의 재롱과 봉긋한 밥그릇이 행복인 줄 착각한

나의 순박한 우매함도 용서받지 못할 일.

 

그때 어머니는 지금의 내 나이였는데...

 

[자목련 / 그림 장이규 / 글 장현칠]

 

망설이다 뒤쳐진 바람결에

흰 눈 삼킨 옷자락이 펄럭이는

 

절박하다 소진된 삶을 사는

머리에 꽃을 단 여인이

 

낯선 수혈로 절망하다

간신히 깨어나고 있다

 

상냥함이 권태로운 봄빛도

차갑게 내려앉은 바닥을 헤매던

셀렘 식은 두려움을 떨치는

 

저 겨울눈의 의지는

맵찬 바람에도 부풀었다

 

[감꼭지 / 그림 민병도 / 글 문근영]

 

여름내

푸른 알전구

품고 있더니

 

가을이 되자

환하게 불을 켠다

 

일 년에

딱 한 번

 

스위치를 올리는

감나무 소켓

 

[해국 / 그림 민병도 / 글 장계원]

 

욕심을 벗고 보면

벼랑도 천국인가

 

바위틈 한 줌 흙에

등 꼬부려 누워서도

 

길 잃은 별을 타일러

해맑게도 웃는다

 

[다리미 / 그림 장이규 / 글 박소영]

 

때와 땀을 씻어

햇살에 말린 다음

 

다리미질 한번에

생활에 구겨진

그의 아랫배를 펴준다.

 

그리고 또 한 번

칙칙하게 쪼그라든

그의 가슴을 펴준다.

 

[흔들릴지라도 그대는 아름답다 / 그림 장이규 / 글 이다선]

 

살아온 날 동안

기억 속 꽃빛상처들이 모여 앉아

하얀 안개꽃으로 핀 창가

흔들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람 이었다

몸부림칠수록 더욱 더 거센 흔들림

날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텅 빈 내안의 공허는 늘 가시로 남고

그러할지라도 나는 늘 웃고 있었지

언제나 내 안에 함께 계신

당신 까닭에

 

[봄밤에는 / 그림 장이규 / 글 이태수]

 

봄밤에는 울고 싶어라.

개나리 노란 울타리 너머

손톱달 매달려 흔들리고 있네

복사꽃 펴 있는 내 마음 길에

문득문득 켜지는 불 이내 꺼지고

남몰래 울고 싶어라

네가 안 보이는 이 황량한 지상에서

너를 더듬어 하염없이 걸어가는

봄밤에는 울고 싶어라

 

[빌딩 / 그림 안남숙 / 글 제니스 리]

 

또 가렸네!

내 하늘

 

구름도 지우고

산도 자르고

별도 숨기고

 

자고나면

키 크는 너

모난 너

 

이리와

나랑 블럭 쌓기나 하자

 

내 하늘

그만 욕심내 !

 

[태산목 / 그림 안남숙 / 글 정화섭]

 

초록의

젖은 바람

품안에 가두고서

 

칠월의

장마 속에

쟁반 같은 꽃이 피네

 

그대가

피운 등불은

믿음 속의

사랑 법

 

[지하철 2호선 범어역 9, 10번 출구 전시작품 전경]

 

지하철 2호선 범어역 9, 10번 출구

범어아트스트리트 오픈 갤러리C 2편 작품 소개를 마칩니다.

 

아무래도 이젠 자주 이용할 것 같습니다.

전시가 바뀔때마다는 아니드라도 간혹 들려 작품도 감상하고

이웃님들께도 소개를 해 드리려면 그래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