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2021. 8. 24. 06:00갤 러 리/예술작품

 

지하철 2호선이 생기고 좀 지나서 한번 범어지하철 역에 들린 후

그 후로는 범어지하철 역 지하도에는 일부러 들리면 몰라도 볼일이 없어서

들리지 못하였다.

 

갤러리에 들리고 부터는 갤러리에 관심을 많았지만,

범어지하철 지하도로에 오픈 갤러리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가게 되지 않았다.

 

이 날은 맘 먹고 다녀오기로하고 길을 나섰다.

갈아타지 않아도 곧장 갈 수 있어서 넘 좋다.

[지하철 2호선 범어역 지하도로 전경]

 

범어역에 내려서 여러갈래로 나뉘어진 출구로 가려면 거처야하는 곳이 바로 지하도로이다.

넓은 복도 양편으로 아름답게 꾸며놓은 가계들 .... 거의가 비워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곳에까지 불어온 듯 하다.

 

이곳을 쭉 따라가다가 9, 10번 출구쪽 가는 지하도 우측 벽면에

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전시를 하고 있네요.

그냥 못 지나치고 보통의 갤러리처럼 꼼꼼하게 작품을 담아 올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담아왔으니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전시된 작품이 많아서 1, 2편으로 나누어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1편 감상해보셔요.

 

[대구범어지하철역 지하도 / 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작품 전경]

 

 

글과 그림의 뿌리는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이 자라서 글이 되고 그림을 이룹니다.

 

글과 그림은 사람을 그려내고 풍경도 그려냅니다.

겉모습을 그려내는 가운데 속마음도 그려냅니다.

 

그려낸다는 것은 그리움을 가꾸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아무쪼록 동참해 주신 문인 여러분!

그리고 화백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의 그리움은 곧 우리 모두를

더욱 아름다이 열매 맺게 할 것입니다.

 

2021년 8월 18일

제 14대 대구문인협회장 심후섭

 

[알콩달콩 / 그림 민병도 / 글 전영건]

 

휘어치고 메어치고 꼰지세워 때려보랴

내외가 장단 맞춰 힘모은 가을타작

만시름 도리께 넘어 알콩달콩 한마당

 

[탱자나무와 참새 떼 / 그림 장이규 / 글 곽명옥]

 

빼곡히 줄지은 단발머리 탱자나무

안과 밖이 틈 새로 다 보인다.

가지에 돋은 날카로운 가시들

서로 찔리지도 않고 잘도 자란다.

 

가시 정글 속에는 참새 놀이터

참새는 서커스의 곡예사같이

가시 사이를 날며 재잘댄다.

사람들은 찔릴까 손도 못 대지만

참새 친구들은 즐겁기만 하다.

 

[청도에 가면 / 그림 민병도 / 글 이행우(태경)]

 

봄바람에

화들짝 핀

복사꽃

꽃바람 지나는

이맘때쯤

 

동창천

물빛 아래로

은어 떼 오르고

하늘 아래 산과 들이

때를 잊고

영그는

내 고향 청도

 

도원향(桃源鄕)이다.

 

[ 말 말 말 한마디 / 그림 안남숙 / 글 하달호]

 

말 한마디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무례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 되고

사악한 말 한마디가 가슴을 멍들게 하며

사랑이 담긴 말 한마디는 삶에 축복을 주고

철학적 훌륭한 말 한마디는 인생의 좌우명이 된다.

 

[죄의 무게 / 그림 장이규 / 글 이규석]

 

목욕탕 들 때와 날 때의 내 몸무게 차이는 일 킬로그램

세상이 가벼워진다

 

삿대질한 죄, 오리발 내민 죄, 아내에게 흰 눈 뜬 죄, 아는 척한 죄, 막말 쏟아낸 죄

죄 다 벗겨도 꺼멓다

음, 옆집 과수댁 돌보지 않은 죄가 숨어있었네

씻고 또 씻어도 하애지지 않는다

아하, 욕하면서 못된 짓 배운 나라님을 미워한 대역죄 꼭꼭 숨어있었네

 

물이 좋아 거짓말을 못하는 우리 동네 목욕탕

환해졌다고, 벌거벗은 채 거울 앞에서 목을 뽑아본다

 

[하늘로 날아간다 / 그림 장이규 / 글 김영근(송정)]

 

높이 올라가면

좋은 무엇이 있는지

하늘로 날아간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여도

구름이 숨겨 놓은 것 찾어려

하늘로 날아간다

 

바람 날개 뺏어 어깨에 달고

구름과 같이 살고 싶다고

하늘로 날아간다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왔다가 떠나가는 철새처럼

내 마음도 날아간다

 

괜히 시샘만 한다

 

[능소화 / 그림 민병도 / 글 김숙이]

 

반가 토석 담 위

나팔의 둘레로

피어나

 

연월을 기다리며

합주하다가

 

황적색 적삼

툭 벗어 던지는

농염한 여인

 

[풀빛 / 그림 장이규 / 글 강명주]

 

내 눈에 풀물 들듯이

뭇 풀빛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초승달에서도 여름이 쏟아질 듯이

풋 자두 뺨이 푸르고

짝 찾는 개구리 등짝이 푸르다

풀 풀 하지만

풀빛 없은 여름은 죽은 여름이다

물들지 않음이

물들기보다 어려운

햇빛 좋은 오늘

나도 풀물 들겠다

 

[겨울산 / 그림 장이규 / 글 호귀옥]

 

허공을 가르는

겨울새들의 짧은 비행

 

숲의 정적을 깨며

저음으로 불어오는 골바람

나뭇가지를 흔들다

흙에 입김을 불어넣고 사라진다

 

우뚝 선 겨울 산에

서산해가 새기는

명암 선명한 굴곡

 

빛과 그림자로 드러난 산허리가

조금씩 저녁노을에 젖어들고 있다

 

[야단맞은 날 / 그림 안남숙 / 글 한은희]

 

엄마한테

야단맞은 날

 

엄마 몰래

편지 쓴다.

 

죄송하다고

다신 안 그런다고

 

엄마한테

야단맞은 날

 

다 쓴 편지

화장대에 갖다 놓는다.

 

나는 알지,

엄마가 이제 방긋 웃을 거라는 걸

 

[꼬마도 여자니까 / 그림 안남숙 / 글 이종열]

 

펑펑 눈 쏟아지던 날

매운바람 불어와

냇물 꽁꽁 얼게 해놓고

꼬마들 불러서 썰매 타라 했다

 

얼씨구절씨구 신나는 꼬마들

귀마개야 장갑아 어디 있나

챙길 것 다 챙겨들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썰매 타러 갔다

 

[종다리 마음 / 그림 민병도 / 글 곽태조]

 

바람 되고 싶은 내 마음

청보리밭 위로 띄우고 싶다

 

몸을 떠나 종다리로 떠도는 마음

새벽녘 선운사 풍경 소리 듣다가

공양드리고 싶다

 

먼 소리도 잘 들리는 소녀의 귀에

책갈피 넘기는 소리 들려주고 싶다

 

푸른 구름 업고 고개 넘을 때

잠든 개구리 깨우고 싶다

 

센 물결 4대강 수초 대궁에

깊은 시름 줄줄이 지저귀고 싶다

 

[달의 꿈 / 그림 민병도 / 글 주설자]

 

눈썹달은

둥근달이 그립다

 

밤마다 세상 내려다보며

둥글어지는 꿈을 꾸고 있다

 

어두운 세상

환하게 비춰 주기 위해

 

한 발 한 발

외로운 걸음을 걷고 있다

 

[춤추는 사람 / 그림 민병도 / 글 안윤하]

 

나는 춤추는 사람

멈출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어

추어야 하는 나의 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춤을 본 적이 있나요

 

나는 언제 어디서나

춤추어야 하는

사람

 

[숨은 꽃 / 그림 장이규 / 글 권영화]

 

길섶의 꽃이 웃고 있지 않으냐

개념 없는 발길에 짓밟히어도

떼로 덤벼드는 별들의 독침을 맞고도

날 선 손아귀에 목이 꺾기어도

 

오롯이 웃고 있지 않으냐

촉촉이 스며드는 아침 이슬의 반주도

나뭇대는 나비의 속살거림도

웃음 잃은 세상은 병들어 아픈데

 

숨은 꽃이 나를 보고 웃는다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오늘이기에

마주친 시선에 심장이 고동친다

그래 우리 다시 시작하는거야

 

[물푸레나무학과 / 그림 안남숙 / 글 박경한]

 

물푸레나무학과에

쥐똥나무, 이팝나무, 광나무가 입학했어

세 사람은 푸른 공책이 닳도록 열심히 공부했지

어느 가을, 커피를 마시다가 깜짝 놀랐는데

서로의 얼굴이 까맣고 동글동글했기 때문이야

'전공은 못 속여' 웃으며 말했지

물푸레나무학과에 입학하면

비슷하게 물든다며 손뼉을 쳤어

 

[손국수 / 그림 민병도 / 글 권영숙]

 

저녁노을 슬며시 잦아질 무렵

대청마루 나무도다 위 치대고 치대다 보면

밀가루와 콩가루 한 몸이 되어 보름달로 떠올랐지

홍두께 돌려가며 주름살 하나씩 지우다 보면

칭얼대던 동생 마음도 풀어진 듯 환해졌지

 

손편지 접듯 곱게 접어 가지런히 썰어 놓으면

길다란 국수처럼 키만 자란 일곱 남매

국수 꼬리 하나씩 들고 아궁이로 내달렸지

 

마당에 멍석 깔고 거미줄로 둘러앉아

모깃불 피워놓고 하루를 비워내면

떨어지던 별똥별 보면서

삽살게 멋쩍게 하늘 보고 짖어댔지

 

[무지개꽃 / 그림 안남숙 / 글 김용주]

 

적벽을 감아 돌아

흩뿌리는 비보라

복사꽃 햇살 무늬

잔물결 춤을 출 때

보란 듯,

무지개 꽃이

길 하나를 열고 있다

 

[대구범어지하철역 지하도 / 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작품 전경]
[천지粉粉 / 그림 민병도 / 글 서정남]

 

흩어지는 그대 모습

천지분분 천지분분

 

바람은 흰 눈을 잡고

허공 속으로 손을 뻗었네

 

닿지 않는 그곳은

보랏빛 먹구름 속 여울

 

눈송이 나뭇가지에 앉아

치맛자락만 휘날리네

 

쌓이는 얼굴 속에

어른거리는 무릉도원

 

흰 눈 타고 올라가면

시 한 편 만날 수 있을까

 

자욱한 안개

희미해진 하늘만 버선발로 반기네

 

[마음의 녹차 / 그림 안남숙 / 글 최정수(차샘)]

 

몸은 푸르른 차나무 되고

마음은 맑은 녹빛차 되어

향기로운 차인생을 살고 싶다.

 

내 안의 차를 스스로 완성하는

차인이고 싶다.

 

불멸의 문화유산 안고

그저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바람은 차마음 가꾸는

깊은 내면에 자리 잡아

세상 마구 흔드는 아픈 언어들 털어내고

차안지심(茶安之心)*으로 설레고 싶다.

 

茶安之心 : 차로 마음을 편안하게 함.

 

[봄 비 / 그림 민병도 / 글 한경옥]

 

수장된 봄꽃들이 하얗게 승천하는 밤

잠자던 언어들이 일시에 말문을 연다.

오래 기다렸다

오래 참았다.

더는 견디지 못한 긴 침묵의 시간들이

한꺼번에 깨어나서 제 갈 길을 찾아 나선다.

툭툭 불거져 나온 생명들도 봄꽃 따라 승천하고

때 마침 불어오는 습한 바람도

온기를 따라 길을 나서는데

미쳐 오르지 못한 뭉툭한 꽃잎하나

내 발밑에 깔려있다.

서러운 내 꿈처럼 물에 젖은 채

승천할 그날만 기다린다.

 

[지난 겨울엔 / 그림 안남숙 / 글 권영시]

 

펑펑펑

雨雨雨

氷氷氷

지구온난화 속도다

 

꽁꽁꽁

冬冬冬

雪雪雪

제트기류가 느려서다

 

어~ 어

미끄덩

꽈~~앙!

내 집 앞을 그냥 놔둬서다

 

[백합 / 그림 민병도 / 글 김복건]

 

마당 구석

어렵게 햇볕 받아

추운 겨울 견딘 구근

 

한 켠 화분에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여름향연 펼친다

 

바람이

향기롭게 코 간질이니

살며시 다가온 추억

 

하얀 드레스 입은

신부 손에서

활짝 피어난 백합

 

한 낮

뜨거운 볕 사라지니

저녁 바람에 앞치마 두른

인연화 웃는다

 

[그림자 백서 / 그림 민병도 / 글 정경화]

 

싹 함께 틔웠다고

같은 꽃이 될 수 없다

잎 함께 떨군다고

같은 나무 될 순 없다

뿌리를 함께 섬겨야

비로소 하나 된다

 

[단배추의 배꼽 / 그림 민병도 / 글 오영희]

 

봄햇살 입은 단배추잎 잘라

물김치 담았다

뿌리만 흙에 꽃아둔지 며칠

 

탯줄같은 줄기 싹둑 잘린 그 자리

배꼽같은 흉터 안으로

파란 우주의 생명이 자라고

 

그랬다

중심만 있으면 살아내는 것을

 

[우리 딸 / 그림 안남숙 / 글 이규석]

 

오월!

가냘픈 연둣빛이 자리 내려놓으니

파르스레 기운 돋는다

 

이팝나무 밑에서 자란 우리 딸

삼풍에 장미꽃 담장에 걸려 사네,

 

어어 가거라, 잘 살아야한다.

손짓하며 서울 보낸 우리 딸

 

옥탑방 물 새고, 수도 얼어 터져도 일러줄 곳 없고

비오는 날 양동이 안고 자는구나.

고생도 마다않던 우리 딸,

 

사랑하는 예쁜 딸에게

힘없어 아무것도 줄게 없다.

오월의 붉은 장미 몇 번 더 피어줄까?

 

[해바라기 꽃 사랑 / 그림 안남숙 / 글 손이석]

 

여름 땡볕 아래 해종일

해님만 사랑한 해바라기 꽃

 

당신은 너무 멀어서 높고

나는 너무 낮아

 

사랑한단 말 전할 길 없어

애만 태운다.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워야 한단 말

이심전심으로 통했나 봐

 

철늦은 가을에야

당신이 보낸 사랑의 점자 메시지가

 

내 얼굴에 점점이 박힌 검은 점들

 

[아침 항구 / 그림 안남숙 / 글 손익태]

 

새벽에 퇴근해서 현관에 들어서니

가족들의 신발이 항구에 묶여있네

 

식탁에는 삶은호박잎, 생된장찌개

안해 마음 묻어나는 초여름 훈기

비린 풋내 피어나는 거실을 지나

안방 가득 여인의 정수리 냄새

창너머 소정원에는 낯익은 꽃송이들

머리풀고 비 맞으며 물의 음계를 두드린다

새벽잠 깨우는 세탁실 알람 소리

쫓아가서 빨래를 꺼집어 낼 때

잠에서 깬 아이들 아침 입냄새

 

어둠 바다 헤치고 가장이 기항하면

항구에 묶인 배들은 하나 둘 출항하네

 

[봄날의 유혹 / 그림 장이규 / 글 김정호]

 

상큼한 봄바람이 분다.

벚꽃 진달래 화르르 안녕을 고하고

골짜기 저편에 산도화가 시린 손짓으로 유혹한다.

조팝나무 꽃도, 딸기 꽃도, 분꽃나무 흰 꽃이 수줍은 얼굴로

꽃자리를 펴고 앉아있다.

아! 여기도 있다.

라일락 꽃 고운 향기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요양원에서 하루해가 지겨운 울 엄마.

문 열어놓고 나 찾아오기만 기다리며

먼 산 바라기하고 있을 울 엄마.

울 엄마 만나러 가야 하는데,

나 좀 놓아주렴.

 

[흑백 거문고 / 그림 안남숙 / 글 구관모]

 

결기를 세우며 쥔 돌 어제 죽은 패자의 것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兵家)의 정명이다

비자목

열하홉 줄 거문고

발현악기(撥絃樂器) 청아하다

 

흑백에 매료되어 홀로 걷는 구도의 길

수담(手談)이 구원이고 망우(忘憂)가 해탈될까

황혼길

헤매는 기사(棋士)

갈 길이 아득하다

 

[억새 / 그림 전민자 / 글 손수여]

 

회색 머릴 풀어 헤치고 날아가는

저 자유.

젊은 날

칼칼한 그 기백 다 접어두고

망칠의 쑥스러움만 훨훨 날아오른다

 

[종다리와 순이 / 그림 안남숙 / 글 류시경]

 

손이는 꽁지 빠진 종다리

종다리 우는 소리는 순이의 하품소리

종다리의 품속은 도망간 순이 가슴

종다리가 약올리는 소리는 순이 지지배배

순이가 구워먹은 종다리는 내 불알이다

 

[술취한 아버지 / 그림 안남숙 / 글 박병구(동섬)]

 

아버지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드셨어요?

 

술기운으로

사지를 마취시켜

막일을 했다

아버지에게 술이 약이다

 

자식 가방끈이 길어질수록

아버지 명줄은 짧아졌다

 

[분꽃 / 그림 장이규 / 글 나 숙]

 

누구 소리가

더 잘 나나 불어 봐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끝으로

 

빨강 밑 둥, 노랑 밑 둥

살짝 잡고 불어 봐

 

병아리 부리 마냥

한 번에 불어 봐

 

[꽃을 피울래 / 그림 장이규 / 글 배정미]

 

꽃을

피울래?

내가 그리우면.....

 

부드러운

속살 깊이

뿌리 내려

 

슬픔도 기쁨도

뿜어 올려

붉고 붉은

꽃을 피울래?

 

천 년 기다려

꽃 한 번

핀다면

다시

천년을

기다려

 

파아란 이마의

내게 입 맞출

붉디붉은

꽃을

피울래 ?

 

[나팔꽃 - 純旴 / 그림 장이규 / 글 권오용]

 

여섯 살배기 손자와 팔씨름 한다

진 사람은 꿀밤 맞기

 

끝 간 데 없는 하늘 바라기로

몇 번이고 뒤꿈치 들어가며 기를 쓸 때

파르라니 비치는 실핏줄, 으ㅆㅑ으ㅆㅑ 손목에 힘을 모은다

재잘거리며 깔깔대며

고 얇은 허벅지에 기운 돋운다

 

돋혀 오르는 아침 날빛*에

뿜빠뿜빠 더듬이를 저어가는

팔월 닮은

 

* 김영랑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에서 빌림.

 

[요양원일기 / 그림 김진태 / 글 김상순]

 

제 각각의 꽃들이

기지개를 켜면

 

할미꽃

물음표로

생각에 잠겨있다

 

갈대처럼 서걱대는

머리카락 세월을 흔들고

 

나는 나비 되어

거닐어 보는 아침

 

생각은 구름처럼 흐르는 데

고목은 노을 같은

꽃 하나씩 얹어놓고

눈이 부시다

 

[동해기행 - 바다 / 그림 황향숙 / 글 이재욱]

 

코르크 마개를 뽑으면

뱀을 본 여자아이

파르르 떨며 갇힌 바다

방울땀 이말 씻어내는

외로운 바다

 

갈매기떼는

도시로 몰려가고

모래속 조가비도 도시로 가고

숙취한 파도 피로를 푸는

그리운 바다

 

[대구범어지하철역 지하도 / 제30회 대구문협 글과 그림전 작품 전경]

 

지하철 2호선 범어역 9, 10번 출구

범어아트스트리트 오픈 갤러리C 작품 소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