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그리고 기다리는 봄 / 신수원의 그림일기

2021. 3. 2. 06:00갤 러 리/예술작품

[행복을 그리고 기다리는 봄 / SHIN, SOO-WON / Solo Exhibition]
[DGB GALLERY 출입구]

 

오래전, 한 장의 사진엽서에는 유채꽃 만개한 들판의 끝에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른한 구도와 몽환적인 색감, 바람까지 포착한 그 제주도 풍경에 매혹되었던 것처럼 신수원의

前作(전작)들이 다시 그때와 같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원근의 강조가 없는 그 그림들은 오히려 어떤 '먼 속'에 대한 nostalgia를 불러일으키면서

대상도 없는 동경에 빠져들게 한다. 그 '먼 곳'은 물리적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이며 작가가

슬그머니 펼쳐놓은 마법이 쉼표다. 절묘하게 배치된 사물에 입혀진 그 색채는 매번 탐미의 정점에

닿게 하는데 이번 '안단테'에서는 무엇보다 구성의 변화가 크다.

 

그림 속 고래의 꼬리는 '기타의 넥(neck) 위에 초승달이 앉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세상이 작가 신수원에게는 당연할지 모르지만 어쨋든 나는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먼 곳'으로 도달하고 싶은 충동으로 일렁인다.

 

그곳에서 고래를 만난다면 그녀의 그림처럼 다정한 눈인사를 건넨 다음 그 꼬리에 달린

달의 풍경을 실은 엽서를 한 장 띄울 참이다.

 

그대들은 그 夢喩(몽유)의 소식에 고혹할 준비가 되었는가?

-전소현(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글 옮겨 적음)-

 

[자작나무 / 162.2X130.3cm / Acrylic on canvas / 2018]
[코로나19 극복 / 7대수칙 관련]
[DGB 갤러리 전시실 출입구에서 담은 전경]

 

Andante andante...

삶의 템포

 

사물을 창작 쪽으로 끌어오는 일의 전제로 늘 동심을 소환해왔고 유년의 기억을 이미지화하여

채색에 중점을 두고 내러티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상의 비루한 기대치들이 그 동안 유년을

기억한 형상에 혼재되어 모종의 '나'를 재구성해 넣기도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Andante는 평소에 좋아하는 단어지만 내 삶의 양태는 그렇지 못했다.

늘 나를 재촉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황"이라는 말도 있는데 왜 그렇게 스스로 몰아갔을까?

후회도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일사의 가파른 호흡으로 버거워질 때 '식물의 깨달음'을 논한 에카르트 톨레의 저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의 내용을 되짚어 보려 애쓴다. 그는 꽃을 식물의 깨달음을 보았다.

느린 것들이 주는 위로가 새로운 애깃거리는 아니지만 나는 가끔 꽃들에게서 순환의 이유를 느낀다.

천천히 피어도 그 나름으로 아름답고 이듬해 다시 피니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안단테는 꽃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인지도 모른다.

나와 더불어 소중한 이들 모두 느린 음악의 연주를 음미하듯 가끔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기도 하며 각자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길 소망한다.

-신수원 작가노트- 옮겨적음

 

[우측 안내데스크 쪽 전시작품 전경]

 

세상에 내던져진 게 두렵던 시절, 공상에 빠지기 좋아하던 나는 꽃과 초원이 있는 고요한

유토피아를 꿈꾸곤 했다. 조금 어리석어도 괜찮고, 그걸 들켜도 되는 이완의 공간을.

 

신수원의 그림들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시절 내 백일몽 속 공간들을 눈으로 본 기분이다.

이 세계 안에서는 새가 지상에 내려와 앉아 있기 일쑤고, 하늘돠 땅이 경계를 공유하며,

밤과 낮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적인 풍경들이 프랑스의 시골을 위화감 없이 품고 있는

경이로움은 또 어떻고 이 안에서는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공종하고 있다. 마치 일상처럼.

 

작가는 그 일이 피안으로 건너가지 않아도 '어느 날' 고개를 들었을 때 만날 수 있는

이 세계의 이면임을 속삭여 준다. 그건 3차원 세계의 예속물로서 살아가야 하는 고된

현대인에게 꽤나 위로가 되는 일이다.

 

일상을 저당 잡히지 않고도 꿈을 꾸고 싶다면, 그녀 신수원을 만나야 한다.

-남인숙(에세이스트, 소설가)- 글 옮겨적음

 

 

[사색의 공간 / 116.8X72.7cm / Acrylic on canvas / 2017]
[좌측 전시실 내부 전시작품 전경]
[선인장의 꿈 / 65X50cm / Acrylic on canvas / 2019]
[아늑한, 그집 / 91X73cm / Acrylic on canvas / 2021]
[봄을 기다리는 마음 / 117X80.5cm / Acrylic on canvas / 2013]
[파라다이스 / 100X72.5cm / Acrylic on canvas / 2012]
[DGB 대구은행 2021년 달력]
[어느날 / 117X91cm / Acrylic on canvas / 2019]
[패러글라이딩 / 116.5X72.5cm / Acrylic on canvas / 2019]
[첨성대와 경주 / 100X65cm / Acrylic on canvas / 2021]
[겨울밤 부엉이 / 91.5X73cm / Acrylic on canvas / 2021]
[분홍쇼파 / 162X130.3cm / Acrylic on canvas / 2021]
[전시실 내부 전시작품 전경]
[허니문(honeymoon) / 162.2X97cm / Acrylic on canvas / 2021]
[전시실 내부 전시작품 전경]
[눈내리는 밤에 / 91X73cm / Acrylic on canvas / 2021]
[패러글라이딩과 들판 / 73.0X910cm / Acrylic on canvas / 2021]
[여유의 빈자리 / 100X55cm / Acrylic on canvas / 2014]
[크레파스 / 72.5X53cm / Acrylic on canvas / 2014]
[초원과 하얀트럭 / 50.0X72.0cm / Acrylic on canvas / 2021]
[백조의 호수 / 73X53cm / Acrylic on canvas / 2021]
[시골, 눈, 밤 / 53X46cm / Acrylic on canvas / 2021]
[갈매기의 꿈 / 53X46cm / Acrylic on canvas / 2021]
[소망이2 / 53X45.5cm / Acrylic on canvas / 2021]
[소망이1 / 53X45.5cm / Acrylic on canvas / 2021]
[빛나는 밤에 / 91X73cm / Acrylic on canvas / 2021]
[빨간 화분들2 / 53X46cm / Acrylic on canvas / 2021]
[定初(정초)에 / 91X73cm / Acrylic on canvas / 2021]
[전시실 내부에서 담은 출입구쪽 전경]
[안쪽에서 담은 좌측 전시작품 전경]
[속삭임중에서 / 65X50cm / Acrylic on canvas / 2019]

 

행복한 기억의 오르골,

이브의 집에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자 이브,

그림 속 이브는 왜 등을 돌린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브는 곧 작가의 분신이며, 이를 보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중략)

 

자신이 꿈꾸던 세상 앞에선 이브,

근는 미소 짓는다. 고요한 눈물과 함께...

어쩌면 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등을 돌린 채 눈물로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중략)

 

현대예술은 더 이상 우리의 영혼에 말을 걸지 않는다. 기괴함, 쇼크, 낯설음, 추함으로

대중은 예술과 점점 더 멀어진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대할 때조차 평안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술의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 신수원의 회화는 보는 이들에게 여전히 예술은

사랑과 위안이라는 것을 믿게 해 줄 것이다.(중략)

 

"미술이란 고달픈 하루가 끝난 후

쉴 수 있는 안락의자같이

편안해야 한다." -앙리 마티스-

 

(서영주 / 예술학 / 글)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