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 06:00ㆍ갤 러 리/예술작품
오래전, 한 장의 사진엽서에는 유채꽃 만개한 들판의 끝에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른한 구도와 몽환적인 색감, 바람까지 포착한 그 제주도 풍경에 매혹되었던 것처럼 신수원의
前作(전작)들이 다시 그때와 같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원근의 강조가 없는 그 그림들은 오히려 어떤 '먼 속'에 대한 nostalgia를 불러일으키면서
대상도 없는 동경에 빠져들게 한다. 그 '먼 곳'은 물리적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이며 작가가
슬그머니 펼쳐놓은 마법이 쉼표다. 절묘하게 배치된 사물에 입혀진 그 색채는 매번 탐미의 정점에
닿게 하는데 이번 '안단테'에서는 무엇보다 구성의 변화가 크다.
그림 속 고래의 꼬리는 '기타의 넥(neck) 위에 초승달이 앉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세상이 작가 신수원에게는 당연할지 모르지만 어쨋든 나는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먼 곳'으로 도달하고 싶은 충동으로 일렁인다.
그곳에서 고래를 만난다면 그녀의 그림처럼 다정한 눈인사를 건넨 다음 그 꼬리에 달린
달의 풍경을 실은 엽서를 한 장 띄울 참이다.
그대들은 그 夢喩(몽유)의 소식에 고혹할 준비가 되었는가?
-전소현(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글 옮겨 적음)-
Andante andante...
삶의 템포
사물을 창작 쪽으로 끌어오는 일의 전제로 늘 동심을 소환해왔고 유년의 기억을 이미지화하여
채색에 중점을 두고 내러티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상의 비루한 기대치들이 그 동안 유년을
기억한 형상에 혼재되어 모종의 '나'를 재구성해 넣기도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Andante는 평소에 좋아하는 단어지만 내 삶의 양태는 그렇지 못했다.
늘 나를 재촉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황"이라는 말도 있는데 왜 그렇게 스스로 몰아갔을까?
후회도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일사의 가파른 호흡으로 버거워질 때 '식물의 깨달음'을 논한 에카르트 톨레의 저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의 내용을 되짚어 보려 애쓴다. 그는 꽃을 식물의 깨달음을 보았다.
느린 것들이 주는 위로가 새로운 애깃거리는 아니지만 나는 가끔 꽃들에게서 순환의 이유를 느낀다.
천천히 피어도 그 나름으로 아름답고 이듬해 다시 피니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안단테는 꽃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인지도 모른다.
나와 더불어 소중한 이들 모두 느린 음악의 연주를 음미하듯 가끔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기도 하며 각자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길 소망한다.
-신수원 작가노트- 옮겨적음
세상에 내던져진 게 두렵던 시절, 공상에 빠지기 좋아하던 나는 꽃과 초원이 있는 고요한
유토피아를 꿈꾸곤 했다. 조금 어리석어도 괜찮고, 그걸 들켜도 되는 이완의 공간을.
신수원의 그림들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시절 내 백일몽 속 공간들을 눈으로 본 기분이다.
이 세계 안에서는 새가 지상에 내려와 앉아 있기 일쑤고, 하늘돠 땅이 경계를 공유하며,
밤과 낮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적인 풍경들이 프랑스의 시골을 위화감 없이 품고 있는
경이로움은 또 어떻고 이 안에서는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공종하고 있다. 마치 일상처럼.
작가는 그 일이 피안으로 건너가지 않아도 '어느 날' 고개를 들었을 때 만날 수 있는
이 세계의 이면임을 속삭여 준다. 그건 3차원 세계의 예속물로서 살아가야 하는 고된
현대인에게 꽤나 위로가 되는 일이다.
일상을 저당 잡히지 않고도 꿈을 꾸고 싶다면, 그녀 신수원을 만나야 한다.
-남인숙(에세이스트, 소설가)- 글 옮겨적음
행복한 기억의 오르골,
이브의 집에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자 이브,
그림 속 이브는 왜 등을 돌린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브는 곧 작가의 분신이며, 이를 보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중략)
자신이 꿈꾸던 세상 앞에선 이브,
근는 미소 짓는다. 고요한 눈물과 함께...
어쩌면 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등을 돌린 채 눈물로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중략)
현대예술은 더 이상 우리의 영혼에 말을 걸지 않는다. 기괴함, 쇼크, 낯설음, 추함으로
대중은 예술과 점점 더 멀어진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대할 때조차 평안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술의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 신수원의 회화는 보는 이들에게 여전히 예술은
사랑과 위안이라는 것을 믿게 해 줄 것이다.(중략)
"미술이란 고달픈 하루가 끝난 후
쉴 수 있는 안락의자같이
편안해야 한다." -앙리 마티스-
(서영주 / 예술학 / 글)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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