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봄 날은 간다.

2019. 4. 20. 05:48갤 러 리/꽃과 열매

 

목련이 지고,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할 때

 

 

아파트 화단의 모란도 덩덜아 부풀어 올라 꽃봉오리를 맺었다.

 

 

아마도 살랑이는 봄 바람이 깨웠나봅니다.

 

 

한송이 두송이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만발하였다.

 

 

수줍게 벌어진 꽃잎 사이로 보일듯 말듯

 

 

꽃입속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춘정에 못 이겨 환하게 드려냈습니다.

 

 

모란은 이름도 참 많다.
모란, 목단, 함박꽃 등등 불리기도 합니다.
신라 선덕여왕과의 얽힌 사연도 있지요.
중국에서 보내온 그림만 보고도 저 꽃은 향기가 없을거라 했다지요.

 

그러나, 향기가 없는 건 아니구요.
짙은 향기는 아니지만, 은은한 향기는 있답니다.
향기대신 큰꽃잎으로 벌나비들을 불러들이지요.

 

 

꽃잎속을 보이는가 했는데....

 

 

어느새 무르익어

 

 

내 몰라라 개의치 않고 활짝 꽃잎속을 공개했네요.

 

 

세월 참 빠르네요.

 

 

노랏말 중에

 

 

늙어가는게 아니라

 

 

익어가는거란 말처럼 벌써 익어버렸네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은졌습니다.
뚝뚝 떨어져버린 모란 시인의 시어처럼 봄날은 가는가 봅니다.
아아 나의 봄 날도 이렇게 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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