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중견작가(이지현 편)

2018. 8. 20. 06:01갤 러 리/예술작품

 

소재지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187

 

[대구문문화예술회관 2층 9~10전시실 출입구 전경]

[옷, 애틋한, 설레는, 그리운 페팃, 중에서 - 고충환 미술평론가 평]

[J에게 / 옷 뜯다 설치 / 가변설치 / 2018]

 

난 어떤 그리움의 장소 혹은 대상을 J에게로 칭하기로 했다.
작년 여름부터 나는 J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옷을 사기 시작했다.

산 옷은 한동안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순서가 디면 면도 칼로 옷을 하나하나 분해한다.
그다음 망치로 기나긴 해체 작업을 한다.
마음껏 두드린 옷은 다시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본래 상태로 복원을 한다.
보통의 옷이 작업 내내 조금씩 어떤 특별한 대상으로 변해간다.

그 두들겨진 천들이 다시 옷으로 복원되었을 때 난 J와 마주하게 된다.
J는 그리움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옮겨 적음)

 

[J에게 / 옷 뜯다 설치 / 가변설치 / 2018]

 

J에게 (Dear J) 옷은 옷 이전에 천이다. 물성이다.
전작에서의 책 작업이 책 이전에 종이의 물성을 드러냈듯이
옷 이전에 천의 물성을 강조한다.

 

[J에게 / 옷 뜯다 설치 / 가변설치 / 2018]

 

얼핏 아름답고 우아한 드레스가 상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아름다움은 상처와 관련이 깊다.
서양으로 치자면 바니타스 전언이 그렇고, 동양의 경우에는
화무십일홍의 전언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같이 덧없는 아름다움을 겨냥하고 있고, 아름다움은 어김없이 상처를 내재화한다.

하나의 꽃이 아름다운 것은 속절없이 지는 것 때문이고,
하나의 옷이 아름답다면 그건 옷에 내재화된 상처 때문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작가는 옷을 해체시키는 과정을 통해 내면을 외화 하는,
내면에 형상을 찾아주는 고유의 방법론을 발명했다.

 

[J에게 / 옷 뜯다 설치 / 가변설치 / 2018]

 

바로 너덜너덜해진 옷이 상처를 암시하고 삶을 상기시키는 것이 그렇다.
어떤 서정적인 느낌(이를테면 분노와 증오 그리고 그리움과 같은)을
환기시키는 것이 그렇다.

너덜너덜해진 옷은 말하자면 존재론적
상처의 표상이며 물화된 형식일 수 있다. (중략)

 

[J에게 / 옷 뜯다 설치 / 가변설치 / 2018]

 

한 사람은 옷을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은 옷을 해체한다.
한 사람은 옷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다른 한 사람은
혹 옷이 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를 상처를 부각한다.

한 사람에게 옷은 우아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다른 한 사람에게 옷은 상처 때문에 아름답다.

얼핏 아름답고 우아한 드레스가 상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아름다움은 상처와 관련이 깊다.(중략)

 

[J에게 / 옷 뜯다 설치 / 가변설치 / 2018]

 

그렇게 작가에게 옷은 애틋하고,
옷을 해체시키고 복원하는 과정은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옷을 매개로 익명적인 누군가와 맞닥트리는 경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직접 여자 옷을 사러 다니고, 그렇게 사 모은 옷들을 일일이 해체하고 복원한다.

그렇게 작가는 하나의 옷에 내재화된
애틋한, 설레는, 그리운 상처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렇게 페티시를 사용하는 다른 방법을 예시해준다.
(고충환 미술평론가 평 일부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