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詩(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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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
새벽기도 / 초아 박태선 아직도 캄캄한 동트지않은 새벽 당신께 매달려봅니다. 행여 삶의 무게 줄여 볼까하고 평화로울 땐 잊고 지내다가 어려운 일 닥치면 당신께 매달려 무거운 삶의 짐 부려놓으려 합니다. 언제나 이기적인 나 오늘만은 간절한 마음으로 진실한 가슴으로 당신께 나아갑니다. 세상 욕심 다 버리고 어디를 가든 무슨 생각을 하든 당신에게로 이어진 길 그 길로 오늘은 가고 싶습니다. [계간 참여문학 2003년 겨울호 외4편]
2015.08.26 -
누구 탓을 하랴
누구 탓을 하랴 / 초아 박태선 당신이 가셨기로서니 어찌 원망하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누구를 탓하랴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뒤엔 그리움의 촛불을 켜리 미움까지도 승화되어 달뜨는 저녁엔 등불을 컵니다. 총총한 하늘의 별로 새벽 하늘 뿌연 여명으로 다가오는 당신 행여 놓칠까? 귀 기울이며 긴 밤을 꼬박 새워도 못내 서럽지는 않으리 [계간 참여문학 2003년 겨울호 누구 탓을 하랴 외4편]
2015.08.25 -
가을
가을 / 초아 박태선 팔월의 숲에는 향기로운 풀과 나무들로 농익은 단내가 난다.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 다람쥐가 달리는 허리 굽어 누운 길 콸콸 물소리 수많은 잎들이 은빛 춤을 춘다. 아직도 햇볕 따가운 숲 속에서 어느덧 나도 숲이 된다. 단풍 들어간다. [계간 참여문학 2003년 겨울호 가을 외4편]
2015.08.24 -
나의 기도. 1
나의 기도. 1 / 초아 박태선 무사히 보낸 어제를 감사 드리오며 살아갈 오늘을 당신께 맡기옵니다. 지치고 외로운 삶 연약하여 쓰러지면 당신이 일으켜주시옵소서 고난을 주시는 이도 당신이요. 평화를 주시는 이도 당신이옵니다. 말씀으로 강해지게 하시고 위로하시며 돌보아주시옵소서 당신께 나아가는 길이 험하고 멀다지만 그 길로 가게 하소서 당신의 손길로 어루만져주시고 사랑으로 덮어주소서 [계간 참여문학 2003년 겨울호 나의 기도 외4편]
2015.08.22 -
할미꽃
할미꽃 / 초아 박태선 연한 속살 핏빛으로 붉은데 싹 트자마자 할미가 돼버렸나 땅속깊이 뿌리박고 해마다 봄이면 언 땅 뚫고 봄을 알린다. 주어진 운명 앞에 항의 한번 없이 안으로 새긴 아픔 가슴 풀어 보이는가 굽이굽이 풀어내는 너의 속 마음 무심한 발끝에 밟히지나 말았으면..... [강과 백지의 세월 제2호 할미꽃 외2편]
2015.08.21 -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 초아 박태선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무엇이 제일 후회되며 무엇이 제일 하고싶었느냐고 그곳에는 후회도 슬픔도 있었지만, 기쁨도 그리움도 있었네요. 가슴 떨리는 벅찬 기쁨도 거기에 숨어 있었네요. 살아가며 괴롭다고 자꾸만 잊고 살았는데... 많은 후회 속에도 잔잔하게 떨리며 퍼져나가는 환희 또한 제 것이었네요. 축복은 신이 내리고 행복은 자신이 가꾼다는 건 잠시 잊었네요. 황량한 가을 들녘 다 버리고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빈 가슴 적시는 추억으로 살찌우렵니다. [강과 백지의 세월 제2호 발표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외2편]
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