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鎬雨(이호우) 李永道(이영도) 오누이 詩碑(시비)공원

2015. 10. 19. 06:42갤 러 리/詩와 詩碑(시비)

 

소재지 :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

 

 

[이호우, 이영도 두 남매의  詩碑]

 

爾豪愚(이호우) 경상북도 淸道(청도) 출생.

1924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28년 신경쇠약증세로 낙향하였고, 29년에 일본 도쿄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에

유학하였으나 신경쇠약증세의 재발과 위장병으로 귀국하였다.

 

시작활동은 39년 동아일보 '투고란''낙엽'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고, 李秉岐(이병기)의 추천으로 '달밤'이 실리면서 본격화되었다.

 

광복 후 대구일보 편집과 경영에도

참여하였으며, 55년 첫시조집 '이호우시조집'을 간행하였다.

그 후의 작품들을 모아 68년 '休火山(휴화산)'을 발간하였다.

 

'달밤'에서와 같이 범상한 제재를 선택하여 평이하게 쓴 것이 초기 작품의

특징이라면 '휴화산'에서는 인간 욕망의 승화와 안주적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55년 첫시조집으로 제1회 경북문화상을 받았으며,

72년 大邱(대구) 남산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

 

편저로 '古今時調精解(고금시조정해)'가 있다.

누이동생 영도와 함께 1968년에 펴낸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가 있다.

 

 

 

한 사람의 시인도 태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어찌 오누이 두 남매가 다 문장에 뛰어날까? 산세가 좋아서 일까?

명당이여서 일까?  살펴본 산세는 멋모르는 나그네의 눈에도 줄이어 선

산들이 마을을 감싸흐르는 강과 어울려 저절로 복사꽃 피는 마을을 연상하게 한다.


洛東江(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風景(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山(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淨化(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趙雄傳(조웅전)'에 잠들던 그날밤도
할버진 律(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호우 시조시인의 '달밤'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시조를 쓴 이호우 시인은 이영도 시인의 친 오라버니이시며,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를 연상케 하는 이들 오누이 시인들로 말미암아

우리 시조의 맥이 더욱 영글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오후의 따가운 햇볕이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햇볕을 마주보고 찍을수 밖에 없어서...시가 그림자에 묻혀서 보이지 않네요.

 

 

 

 

다시 가까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살구꽃 핀 마을'을 올려봅니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이영도 '달무리' 시비 옆에서도 인증 샷

 

 

살구꽃핀 마을 외에도 이호우님의 시조 몇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開花(개화)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빛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산 샘

 

가을 산빛이
고이도 잠긴 산샘

 

나뭇잎 잔을 지어
한 모금 마시고는

 

무언가 범한 듯하여
다시 하지 못하다.

 

 

 

산길에서

 

진달래 사태진 골에
돌 돌 돌, 물 흐르는 소리.

 

제법 귀를 쫑긋
듣고 섰던 노루란 놈,

 

열적게 껑청 뛰달아
봄이 깜짝 놀란다.


 

 

또다시 새해는 오는가

 

빼앗겨 쫓기던 그날은 하그리 간절턴 이 땅
꿈에서도 입술이 뜨겁던 祖國(조국)의 이름이었다
얼마나 푸른 목숨들이 지기조차 했던가

 

江山(강산)이 돌아와 이십년 相殘(상잔)의 피만 비리고
그 원수는 차라리 풀어도 너와 난 멀어만 가는
아아 이 背理(배리)의 斷層(단층)을 퍼덕이는 저 깃발(旗).

 

날로 높은 朱門(주문)들의 밟고 선 밑바닥을

'자유'로 싸맨 飢寒(기한) 낙엽마냥 구르는데
상기도 地熱(지열)을 믿으며 씨를 뿌려 보자느뇨.

 

또 다시 새해는 온다고 닭들이 울었나보네
해바라기 해바라기처럼 언제나 버릇된 기다림
오히려 絶望(절망)조차 못하는 눈물겨운 소망이여.


 

 

李永道(이영도) 호는 丁芸(정운). 경상북도 淸道(청도) 출생.

시조시인 李鎬雨(이호우)의 여동생이다.

 

1945년 '竹筍)(죽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조 '除夜(제야)'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이어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부산여자대학에 출강하였고,

부산어린이회관 관장, '현대시학' 편집위원 등을 지냈다.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잊혀져가는 고유의 가락을

시조에서 재현하고자 힘썼으며, 간결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여성의 맑고 경건한 啓示主義(계시주의), 기다림 등의 정서를

다스리며 관조적인 인생관을 보여주었다.

 

1966년 제8회 訥月文化賞(눌월문화상)을 받았으며,

대표작품으로 '바람'  '아지랭이'  '황혼에 서서'  '미소'등이 있으며,

시조집 '靑苧集(청저집)'  '석류' 등과,

수필집 '春芹集(춘근집)' '비둘기 내리는 뜨락'

'머나먼 사념의 길목' 등이 있다.

 

이영도 시조시인의 또 다른 시조 몇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지랑이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내 사랑은 아지랑이
춘삼월 아지랑이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낙화

 

뜨겁게 목숨을 사르고
사모침은 돌로 섰네

 

겨레와 더불어 푸르를
이 증언의 언덕 위에

 

감감히
하늘을 덮어
쌓이는 꽃잎
꽃잎

 

 

 

단풍

 

너도 따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 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황혼에 서서

 

산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도로 건너편 생가로 가는 길]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청마 유치환과의 플라토닉사랑입니다.

 

세상이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여류시인 이영도에게

무려 5천여통의 사랑의 편지를 띄웠었고 청마가 정운에게 준 연애편지를

청마가 돌아가신 후, 출판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란 책에 절절히

기록되어 모든이에게 읽혀졌습니다.

 

그 수익은 이영도의 뜻에 따라 후진 양성을 위한 '시조시인상' 기금으로 희사하였다고 한다.

 

일찍이 혼자가 되어 오직 시를 쓰는 일과 딸 하나를 키우는 일에 전념하면서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던 이영도는 그 당시의  많은 남성 문우들로부터 선망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청마의 편지는 마치 한 편의 산문시와도 같아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청마유치환님이 정운이영도님께 보낸 사모의 시...를 올려봅니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숫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비귀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느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두사람의 로멘스(?) 그 뒤에는

그늘에서 가슴탔던 한 여인의 모습이...

돌아서는 발걸음을 씁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