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백지의 세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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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 초아 박태선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무엇이 제일 후회되며 무엇이 제일 하고싶었느냐고 그곳에는 후회도 슬픔도 있었지만, 기쁨도 그리움도 있었네요. 가슴 떨리는 벅찬 기쁨도 거기에 숨어 있었네요. 살아가며 괴롭다고 자꾸만 잊고 살았는데... 많은 후회 속에도 잔잔하게 떨리며 퍼져나가는 환희 또한 제 것이었네요. 축복은 신이 내리고 행복은 자신이 가꾼다는 건 잠시 잊었네요. 황량한 가을 들녘 다 버리고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빈 가슴 적시는 추억으로 살찌우렵니다. [강과 백지의 세월 제2호 발표 가을 들녘 허수아비 되어 남아도 외2편]
2015.08.20 -
얼굴
얼굴 / 초아 박태선 한 번도 만나지 못해 모습은 알 수 없어도 매일 만나는 얼굴이 있다. 어떻게 생겼는지 동그란 얼굴인지 갸름한 얼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새 가슴 가득 들어온 얼굴 그 얼굴이 글 속에서 울고 웃으며... 어느새 정이 들었다. 우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일상을 궁금해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눈물겨운 것을 보아도 다가오는 얼굴 얼굴들 아침해가 뜨면 잘 잤느냐고 한낮엔 편안 하냐고 저녁엔 잘 자라고 가슴으로 인사하고 헤어지는 얼굴들 고운 인연이었든 미운 인연이었든.. 그 얼굴들이 나의 아침을 깨우고 나의 저녁을 잠재운다. [강과 백지의 세월 창간호 얼굴 외1편]
201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