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2015. 8. 25. 05:54살아지는 이야기/초아의 옛글 방

 

 

언제나 여행이나 다니고 서방님 사랑을 듬뿍 받고 산다고
부럽다고 했지...
그러나 벗이여 난 네가 부럽단다.... 넌 나보단 나아
뭐가 나아! 하겠지만, 함 들어봐 내 얘기를...

 

그래도 너의 남편은 처제와 제부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잖아
우리 집 나의 남편는 절대로(?) 아직 한 번도 처가 식구들이랑
여행을 가지 않았어...여행은커녕 당일치기 놀려도 한 번도
못 갔다면 믿어줄까? 그러나 사실이란다.

 

어떻게 생각해... 이 문제는???
처제도 제부도 처남두 처남댁도 울 남편에게도 있건마는
언제나 나랑 둘만이 다니지.... 아주 어릴 때 빼놓곤,
자식들도 두고서... 아니야 울 아들 딸들이 따라가지 않으려고 해
좋게 말하면 너무 엄격해서... 예의를 따지고...나쁘게 말함
(성격 급한 울아찌 어떤 일이 도화선이 되어서 터질지 모르니까)
눈치 살피기가 싫다 이거지 뭐....

 

남편은 운전을 배우지 않아서(언젠가 말했지... 통풍 때문에)
운전은 내가 하고 옆에서 길 안내를 하지..
길하난 끝내주게 잘 알지...아득한 옛날에 대동여지도 그린
김정호의 조수쯤 되나 봐

 

길눈이 어두운 난 항상 욕 보따리야(하도 다녀서 요즘은 조금 나아졌지만)
이쪽 하면, 저쪽. 저쪽 하면 이쪽 꼭 청개구릴 닮았나봐...
우회전을 해서 들어갔으면 나올 땐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언제나 난 들어갈 때처럼.... 우회전을 해서 달아나 버리지
그래서 얼마나 꾸중을 듣는진 넌 모를꺼야....

 

그리고 울 남편 폭탄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래도 시한폭탄은 예고나 하고 터지지만 우리 집 폭탄은 예고도 없어...
그러니 아이들이 따라가려고 하겠니???
아니야 나라도 안 갈꺼야...
허지만 난 안 갈 수 없지 내가 않가면 누가 운전을 해

 

저쪽하고 가리키면 (자긴 아랫쪽을 가리켰지만, 난 위쪽인 줄 알고)
예 알았어요... 해놓고 위쪽으로 휭하니 가버릴 때도 더러 있었지.
그러니 성격 급한 남편은

 

"언제 이쪽이라고 했어!!! 저쪽이지!"

감짝 놀라 숨이 탁 막혀버려..
순식간에 밀려오는 서러운 눈물 앞쪽이 뿌옇게 흐려져 보이기도 해
한참을 아무 말없이 그냥 달리다가, 기분이 풀리어지면

그래도 한참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니까...울 남편 마음은 아마 오토매틱인가 봐

그래서 함께 살지 그것도 없으면, 아마 지금쯤 헤어졌을까?
아니면 싸우며 미워하며 살고 있을까?
그때 가서 가만가만 이야길 하지... 

 

"어머 미안해요. 난 이쪽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행여나 다시 기분 상할까 봐 궁시렁 궁시렁 아주 작은 소리로 얘길 하지...
그러다가 눈치를 봐 가면서...

"여보 이젠 그러지 마요, 난 당신이 그러면 너무 속상해요?"
정상으로 돌아와 말해보기도 하다가...기분이 풀어졌다 하면은

"그럴 수도 있지 뭐 뭘! 그래요"
조금쯤 큰소리로 말도 해보지만...그 이상은 절대로 안 해.
또 다시 화가 나면 되돌리기 어려우니까.
이렇게 살아, 나는... 
남편이 화났을 때...나는야...돌도 쌀이라고하면

 

"그래요" 하고 넘어간다오.
어떻게 "이기 돌이지, 쌀이야" 이렇게 한번도 못해봤어

이렇게 살아봤어 너는???
싫다 싫다 밉다 밉다 하면 더욱 싫고 미워질까 봐....
그래도 날 향한 그 마음은 변함없기에(그렇게 말해 주니까 그런가 하고)
이쁜 것 고운 것만 생각하려고 노력을 하지...

 

어차피 살아야 될 인생이고...어차피 함께 할 세월이라면
나 먼저 좋게좋게 생각하려고...언제나 그렇게 맘먹지...
싫다 싫다 하면 더욱 싫어져...
좋다 좋다 하면서 정말 좋아하면서 살고싶어서...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두 노력 중이야...

 

벗이여 난 이렇게 살아간다오~~~~
나아도 고통도 괴로움도 그리움도...핏빛 고독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오....
넘치는 그리움을 주체못해서...혼자서 가슴 아릴 해보기도하며
떨어지는 낙엽엔 서러워 할 줄도 아는 여린 가슴도 가지고 있지 

 

시댁 식구하고도 함께 어울려 잘 다니지 않는 남편
처가댁 식구랑 안 어울린다고 투정도 부릴 수 없지 뭐니.
어쩌면 전생에 사랑하든 임을 놓쳐버린 전적이 있었는지도 몰라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자기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말고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허락한다나....

 

울 친구들이 남편이 혹 의처증아니냐?? 하기도하지...
웃기지..절대로 그렇지는 않아
아니면 내가 얼마나 못 믿게 했으면 그러냐 하고 농담처럼 말을 하지만...
절대로 남편이 날 못 믿어 그런 것은 아니야
의심을 해서가 아니라 함께 있고 싶다고 항상 그렇게 말을 하지.

 

꽃놀이 단풍놀이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어서...
허락을 받으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잘 안 돼
오래 졸라대면, 울 친구랑 친구들 아저씨랑 몽땅 끌어다
안 할 말, 할 말, 울구락, 불구락...아예 체념을 해버려

그래도 난...가끔은 마지못해 "갔다 와"하는 한마디에
얼른 "예"하고 대답하고는 고삐 풀린 말처럼...가버려
어물어물하다간 못 가게 할까 봐 뒤돌아보지도 않고 내빼버려 

 

남편 입장에서 보면은...난 안갈 때 갈 때 다 가는 것처럼 생각을하지
다른 벗들의 아저씨들이 부러워지기도 해...사랑하기 때문이라지만
벗들의 아저씨도 울벗을 무지 사랑하는데...뭐 
남편 말 듣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아내사랑 안 하는 것처럼
당신 혼자만이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에구에구 착각도 이만 함 노벨상감이지......그자

 

그러나 난 자꾸 나가고 싶어
이 핑계 저 핑계 주어대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려
못 가게 하니까 자꾸만 나가고싶어...안달이 나서
시장 간다 해놓고도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고 얘길 하며 머뭇거리며...
약사러 가다가도 친구 만나 노닥거리다 늦게 가면은,

"나 죽고 나거든 약사 오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나"

하고 비꼬기도 한단다.
그래서 울 남편 나한테 심부름 잘 안시켜, 내려가는것도 싫어하지.
내려갔다 함 함흥차사거든요. 

 

나도 그래 남편이 싫어하는 일 안 하면 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건 잘 안 돼....남편도 그건 또 용납 못 하고.
그냥 이렇게 싸우기도 하면서 몰래몰래 흉도 봐가며.....
그렇게 살기로 하련다..............나는..
에고 에고 우리끼리라도.... 영감탱이 흉 실컷 보고 웃어버리자...

 

벗에게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고 보니 나도 다 속이 후련해.....
다른 건 다 양보하고 따라주기도 하지만...언제나 여기서 막혀버리지...
어쩔수 없잖아 이젠 눈치껏 피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또
그대로의 남편을 인정하면서 지내기로 했어

오늘도 무사히 보낸 어제를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안녕히.... 잘있어.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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